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극우파 급부상의 원인과 교훈/총선이후 러시아(이그나텐코 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극우파 급부상의 원인과 교훈/총선이후 러시아(이그나텐코 칼럼)

입력
1993.12.17 00:00
0 0

 지난 12일 실시된 러시아총선의 초반 결과는 러시아사회에 존재하는 괴리와 개혁세력의 오판을 확인시켜 주었다. 극우민족주의자 지르노프스키가 이끄는 자유민주당과 공산당의 놀라운 득표는 옐친대통령과 친옐친 개혁세력들에 경악할 만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15일 현재 잠정 집계에 따르면 자유민주당은 정당별 비례대표선거에서 러시아남부와 북부, 시베리아 극동지역, 우랄의 일부지역에서 친옐친계정당인 「러시아의 선택」을 앞지르며 25%의 지지를 얻고있는것으로 나타났다.「러시아의 선택」은 14.5%의 득표에 그치고 있으며 공산당이 11.3%를 획득하고 있다.

 자유민주당이 러시아의 선택을 누르고 제1당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새벽 「새정치 원년을 바라보며」라는 선거생방송을 내보내던 국영TV는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앞서 방송을 중단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공식 개표결과를 얻지 못해서」라는 궁색한 변명이 뒤따랐다.

 사실 자유민주당의 급격한 부상을 우려하는 경고의 소리는 총선전부터 제기됐었다. 사회학자들은 자유민주당의 인기가 일반국민들간에 급격히 높아가고 있다며 옐친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선거전날에 가서야 개혁세력들은 TV 선거캠페인을 통해 지르노프스키를 비난했을 뿐이다. 그 비난도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자유민주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예상밖의 득표로 새 의회에서 제1당을 넘보게 됐다. 우리는 이같은 상황을 단순히 놀랍다는 차원을 넘어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자유민주당의 승리는 선거운동 기간내내 나타났던 개혁파내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자유민주당의 효과적인 선거방식이 주효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아나톨리 추바이스부총리는 패배원인을 개혁세력의 분열로 돌린다. 『우리 모두는 단합에 실패한 대가를 치를 것』이며 『그 대가는 지르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이 연방의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수만큼일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파시스트당인 자유민주당의 전진을 저지하기위해 민주세력을 결집하는 일이 화급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러시아의 선택을 이끌고 있는 예고르 가이다르 부총리는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약진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사회 경제적 상황이 일차적인 이유지만 민주진영의 분열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저명한 정치인인 미하일 폴토라닌은 민주세력의 결집실패와 대권야심이 파시즘세력들이 권력을 장악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엇보다도 자유민주당이 급성장한 원인을 극우민족주의자들의 잘포장된 선거운동에 돌려서는 안된다. 개혁세력들은 이런 상황으로부터 교훈을 배워야하며 반대자들의 정치구호를 면밀히 검토해야한다.

 특히 극우민족주의자들의 「강한 러시아」구호는 경제혼란으로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자존심이 상한 많은 러시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것은 확실히 개혁주의자들이 새로운 전술을 고안할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옐친대통령과 급진 개혁세력들이 추진한 인기없는 개혁정책에 대한 반발로 자유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들은 옐친행정부가 보수파의회를 무력진압한 이후 정국이 다소 안정됐다고 판단해 공공복지문제를 등한시하고있다고 믿고있다.

 그러나 실상 러시아는 사회적 갈등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수도 줄어들지 않았다. 개혁과정에서 발생한 사회·경제적인 상황의 악화로 사회저변에 개혁반발심리가 팽배해져 있다. 지르노프스키는 이를 교묘하게 이용, 자신과 자유민주당의 강령을 이미 신뢰를 상실한 공산주의자와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급진 개혁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르노프스키는 법과 사회질서를 신속히 재구축하겠으며 구소련영토를 회복하고 러시아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러시아제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장밋빛 공약들로 범죄와 생활고에 지친 사람들을 끌어들인것이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러시아는 이제 민주적인 발전을 위해 중요한 새로운 민주헌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신헌법의 채택은 옐친대통령의 권력강화를 의미하며 대통령과 의회의 대결수위가 낮아질것임을 예고한다.

 러시아총선의 결과는 구소련의 붕괴와 이에따른 러시아사회의 혼란과 발전이라는 맥락속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이번 결과는 자유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거역할수 없는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개혁세력들에 혹독한 시련이다. 또한 총선이 불러온 새로운 힘의 균형은 국제사회가 러시아개혁세력들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함을 분명히 보여준다.<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