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시대 “진보적 문화형식”/미술평론가협회 학술세미나 여성주의(페미니즘) 미술은 포스트모던한 이 시대에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가장 명석하게 드러내는 운동이다. 또한 가장 진보적인 동시에 성공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근래 페미니즘이 미술지의 특집테마로, 또한 그룹전의 공동테마로 자주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오광수)는 16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미술에 있어서의 페미니즘 연구」를 주제로 동계 학술세미나를 가졌다. 미술평론가 이종숭씨는 세미나에서 페미니즘 미술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페미니즘과 문화적 다원주의」라는 발표를 통해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보이는 변화는 문화적 다원주의에 근거한 「탈근대」의 조건과 새로운 문화형식의 부상』이라고 주장하고 『새로운 문화형식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며 건강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는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제시하는 원칙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성차이에서 생기는 영향력을 이해해야 문화와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고, 다음은 가부장제적인 이념이 정치문화를 통제해 오면서 여성들을 주변부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또한 역사적 변혁을 위해 정치의식을 행동양식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페미니즘이 모든 현상에 대해 「다시 보기(REVISION)」를 함으로써 모든 가장된 질문과 해답을 탈신화화할 때, 그것이 지닌 우상파괴적 성격과 대항문화적 속성이 대단히 진보적으로 된다는것이다.
송미숙씨의 발표논문 「페미니즘 미술―일반론」과 김홍희씨의 「미술사와 여성미술」은 페미니즘이 미술사적으로 형성되어 일반화되어 가는 과정과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김홍희씨는 『1971년 미국의 린다 노클린이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함으로써 무수한 여성미술인들의 마음을 새로운 여성적 자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면서 각 시대별 서양여성작가들의 수와 활동상을 개괄하고 있다.
송미숙씨는 『페미니즘 미술은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혁명적인 전략이자 삶의 방식으로 출발하여 1970년대초에 주요 미술경향으로 명실공히 자리잡게 됐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단순히 여성을 옹호하고 친절과 동정을 베풀 줄 아는 남성우월주의 사고를 근간으로 남성에게 적용되는 의미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대학에서의 미술인구와 화상수를 놓고 볼 때 여성이 압도적이지만 대학교수나 미술관장, 여성미술가는 너무나 열악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아직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은 준비태세가 돼 있지 않고 기껏 서양미술사의 한 경향으로 다뤄져 왔다』고 쓰라린 결론을 내리고 있다.【박내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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