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만으로 승부… 홀로서기 필연/공산품은 관세장벽마저 철폐추세/품질·기술이 시장확보 최대무기로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에 따른 국제상품교역의 지각변동을 이끄는 주역이 바로 관세화와 관세인하이다. 외국상품의 수입을 아예 금지시키는 수입제한조치등 비관세장벽은 허물어버리고 외국상품의 수입가격을 높여 반입을 막는 고율관세는 크게 내리든가 없애 국가간의 자유로운 상품교역이 이뤄지도록 여건을 만드는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산업은 지금까지의 정부보호막으로부터 벗어나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을 가릴 것 없이 어디서고 무한경쟁의 격랑속에 뛰어들게 됐다. 업종마다 경쟁력 수준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시장을 광대하게 넓힐 수도 있고 그나마 정부가 지켜주던 협소한 국내시장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다. 경쟁력이 강한 기업의 대형화와 경쟁력이 약한 기업의 소멸등 기업의 양극화가 UR에 의해 진행되는것이다.
UR에서 관세화 및 관세인하협상은 공산품(수산물 포함)과 농산물등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공산품의 경우엔 종전의 관세를 철폐(무관세화)하든가 대폭 인하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반면에 농산물은 시장개방이나 각종 보조금의 축소등 비관세장벽의 철폐가 협상의 주요 쟁점을 이뤘다. 이같은 공산품과 농산물의 협상쟁점 차이는 공산품의 경우 이미 농산물에 비해 그만큼 「교역장벽 허물기」가 많이 진행됐음을 나타낸다. 수산물은 농산물에 비해 수입제한품목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공산품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돼 협상이 진행됐다.
공산품(수산물 포함) 관세인하에 대해 정부는 지난 92년3월 대상품목 9천44개 가운데 82%인 7천3백89개 품목의 인하양허안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사무국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선진국 가운데 덩치가 큰 미국 유럽공동체(EC) 일본 캐나다등 4개국(4라는 숫자를 뜻하는 QUAD로 불림)이 다음해인 93년 별도 협상을 갖고 철강 건설장비 의약품 맥주등 8개분야의 75개품목을 무관세화(관세율 0%) 하고 화학제품분야의 1백96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대폭 내리는 관세조화조치를 취하기로 합의,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정부는 품목별 경쟁력을 검토한 뒤에 지난11월 무관세화 품목 75개중 53개를 수용하고 관세조화 품목 1백96개중 1백77개를 받아들이는 양허안을 또 제출했다.
농산물은 최근 미국과의 끈질긴 협상끝에 쌀을 비롯한 15개 품목의 관세화에 합의했다.
공산품과 농산물의 관세화 및 관세인하 타결내용중에서도 특히 실제 상품교역에 엄청난 변화를 유발하는것은 각종 수입제한조치의 폐기이다. 수입제한조치는 크게 수입금지 수입선다변화 쿼타제(수입물량규제)등 3가지인데 이러한 비관세장벽은 UR타결이후 일정기간 이내에 허물어야 한다.
수입금지품목에 해당되는게 바로 쌀이다. 국내시장 보호를 위해 설정된 쌀수입금지조치가 일단 종막을 고했으며 본격적인 관세화에 앞서 최소한의 물량을 수입할 수 있는 최소시장접근조치를 가까스로 얻어냈다.
수입선다변화는 국제수지불균형 해소등의 목적으로 특정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로 우리의 경우 일본에 적용하고 있다. 이 조치는 아직 폐지일정이 확정된것은 아니지만 향후 운용폭을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등이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될 경우 내수시장의 급속한 잠식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업계는 내수시장은 일본에 일부 내주더라도 미국이나 EC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자제품의 무관세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관세가 철폐되면 세계의 대규모시장에서 중저가품에 관한한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C는 무관세화를 하지 않겠다고 최종순간까지 버텼다.
철강의 경우에는 무관세화 품목으로 합의됐다. 국내의 철강관세는 5∼8%였는데 앞으로는 0%로 없어진다.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무관세화를 따내기 위해 철강에 대해 자신들이 운용하고 있는 쿼타제의 폐지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일정분량만 미국으로 수출되던 철강제품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넓힐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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