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의미 끈질긴 협상과 설득, 애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쌀시장은 결국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과의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쌍무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쌀개방불가론」은 미국이 내세운 「예외없는 관세화」원칙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예외없는 관세화」란 국가간의 자유로운 물자이동(무역)을 가로막는 수입국의 모든 제도와 관행들을 모두 제거하고 관세만 매기라는 것이다. 관세 이외에는 어떠한 수입제한 조치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외국제품의 파상적인 공세를 막아내려면 오로지 정상적인 관세를 통한 수입가격조정만이 가능할뿐 교묘하게 만들어 둔 각종 비관세장벽들은 없애야 하는 것이다. 당장 외국산 보리 콩 옥수수등은 95년부터 관세를 물고 수입돼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며 10년유예기간을 벌어놓은 쌀도 2005년부터는 「예외없는 관세화」를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예외없는 관세화」하에서는 수입물량을 직접 규제하는「수입제한제」나 수입국이 교역상대국에 수출물량을 일정선이하로 내려줄것을 요청하는 「수출자율조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외국농산품의 상륙을 가로막았던 까다로운 검역기준이 완화되고 우리나라가 외국쌀수입을 원천봉쇄키 위해 사용했던 「수입금지」도 당연히 없어진다. 국적을 불문하고 어떤 제품이라도 관세만 물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예외없는 관세화」는 완전한 수입자유화, 사실상의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뜻하는 것이다.
「예외없는 관세화」는 UR농산물개방협상의 핵심이다. 48년 출범이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 내세웠던 「장애없는 자유무역」이념이 7차례의 다자간협상(라운드)을 거치면서 UR에 이르러 농산물분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91년 둔켈초안에서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우리나라가 막판까지 UR 쌀협상에서 전전긍긍했던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었다.
관세화방식에 의해 시장이 개방될 경우 수입품과 국산품의 가격차이, 즉 관세상당치(TE: 국내외가격차이분을 관세화한것)가 수입관세로 부과된다. 가마당 국내쌀값과 미국쌀값을 각각 12만원과 4만원으로 가정한다면 2백%의 관세상당치, 즉 8만원의 수입관세가 매겨지는 것이다. 이같은 계산법대로라면 국내농작물도 수입농산물과 똑같은 값에 팔릴것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유지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다르다. UR농산물개방원칙이 최초로 명문화된 둔켈초안은 86∼88년의 관세율을 기준으로 전체 농산물의 관세상당치를 수입개방 한 후 6년간 평균 36% 감축토록 했으며 개발도상국은 10년간 24%의 관세감축폭을 정했다. 또 품목별로 관세상당치 최소감축폭을 선진국은 15%, 개도국은 10%로 했다. 우리나라가 이번 쌀시장개방협상에서 개도국우대조건을 받게 된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쌀의 관세화개방이 시행되는 2005년이후에는 10년유예기간중 관세상당치의 10%가 감축됐다고 보고 최고 90%의 관세상당치를 부과한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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