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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돌풍” 주변국 긴장/러시아총선 극우파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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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돌풍” 주변국 긴장/러시아총선 극우파승리

입력
199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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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복속주장에 발트3국 등 긴급 정상회담/공약 비현실성불구 목청커 옐친도 고민 러시아 극우민족주의자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의 12·12총선 승리는 앞으로 러시아정치권이 민족주의 돌풍에 휘말릴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리노프스키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구소련의 각공화국들을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다시 복속시킬 수 있다』고 밝혀 발트3국은 물론 중앙아시아 각국, 우크라이나등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의 주장은 현 상황에는 현실성이 없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어 발트3국이 15일 긴급정상회담을 갖는등 러시아 주변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리노프스키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그가 구소련의 붕괴와 경제적 혼란으로 상실된 러시아인들의 자존심을 교묘하게 부추겼다는 점을 들수 있다.

 구소련붕괴이후 각 공화국에 거주하던 러시아인들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해 러시아로 쫓겨가거나 인종차별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또 경제혼란으로 국민대다수가 빈민층으로 전락했으며 범죄와 부패의 만연으로 사회불안이 가중되는등 초강대국 국민의 이미지가 퇴색해 버렸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인 급진개혁파는 권력투쟁만 일삼으며 민생문제를 외면해왔다고 지리노프스키는 공격했다.

 그는 선거유세중 러시아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러시아제일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자유민주당의 정강정책에도 그의 이같은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의 정책은 우선 러시아를 과거 차르시대의 국경(핀란드·알래스카포함)까지 확대하며 현재 소수민족중심의 자치공화국을 없애는대신 러시아를 40∼50개 지역으로 나눠 통치한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으로는 공공부분을 강화하며 주택·중공업·식량등의 분야를 국가가 관장한다. 여기에 군수산업의 민수화를 중단하고 무기수출도 증대한다.

 외교분야에서는 구소련 각 공화국들에 대한 경제 지원을 중단하고 국익차원에서 무기수출로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국가(이라크, 리비아)에 대한 금수조치에 반대하며 발칸반도의 슬라브국가와의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현재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추진해온 친서방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지리노프스키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한것은 그가 기존의 정치세력과는 달리 많은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옐친대통령으로서는 지리노프스키가 주창하는 러시아의 부활이나 사회보장 강화등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옐친이 만약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한 적절한 수습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리노프스키는 이미 차기대권에 도전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판 아돌프 히틀러」라는 별명이 붙은 지리노프스키가 민족주의를 앞세워 정치판을 뒤흔들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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