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덜랜드관세무역일반협정(GATT)사무총장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주 우리나라 협상대표단을 만나 『한국사람들이 이처럼 지독한지 미처 몰랐다』고 혀를 찼다. 쌀협상을 두고 한 말이다. 한국쌀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압권은 허승제네바대표부대사의 「주기도문」이다. 허대사는 GATT회의에서 쌀개방논의가 나올때마다 『RICE IS LIFE(한국인들에게 쌀은 생명이다)』라며 『서양인들은 사람(생명)도 교역하느냐』고 쌀개방 불가논리를 폈다고 한다. 쌀을 빵의 주원료인 밀정도로 생각하는 서양인들에 있어 이 말은 쌀시장을 내놓지 않기 위한 궤변으로 들렸을게 분명하다. 미혼의 용모수려한 인텔리여성이 쌀시장개방에 항의하며 한국농민을 대표하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GATT본부앞에서 가위로 자르는 모습을 TV로 생생하게 지켜본 서양인이라야 허대사의 「주기도문」을 겨우 알아 들었을것이다.
명색이 「협상」대표인 우리 대표단이 공개적으로 내세운 「쌀 사수」라는 제1의 협상목표는 서양인들에게 더 가관이었던 모양이다. 트란주제네바EC대사는 우리모습이 얼마나 딱했던지 『한국이 국제화되려면 쌀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우리 국민의 정서로는 잠꼬대같은 얘기다.
협상대표단장인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은 캔터미무역대표부대표를 만나 『솔직히 말해 쌀은 경제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당신도 CNNTV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태어난 순문민정부가 붕괴되는것을 당신은 바라느냐』고 다그쳐 『아니오(NO)』라는 대답을 받아 냈다고 한다.
『쌀개방은 제2의 개항』이라는 말도 들린다. 다 옳은 말들이다. 그러나 UR타결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분명한 사실은 국제화는 선진국 진입(개도국 졸업)의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라는 점이다. 싫든 좋든 쌀개방이 결정된 이상 쌀을 제대로 국제화시키는것만이 우리쌀(우리정서)을 진정으로 지키고 우리나라를 선진국화시키는 길일것이다.【제네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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