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이인화·김소진씨 등 각광/천상병·김광균·신동문시인 타계… 황석영씨 구속도/서정시 강세·권성우비평집 호평 올해 문단은 30대 초반의 젊은 문인들이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찾아간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는 상업주의 문학이 독자를 잠식한데다 소모적인 표절시비까지 겹쳐 우울했다. 올 문단은 탄탄한 문장의 젊은 문인들이 새로운 문학적 환경에 맞는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했고, 그것은 또한 일정한 수준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문민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진행된 정치개혁작업이 독특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독자는 새로운 감수성의 작가들을 놓치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30세의 여류소설가들이 각광을 받았다. 신경숙씨(30)는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 지성사간)를 발표하면서 문단과 독자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으면서 올해 문단의 가장 화려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소설 속 유부남을 사랑하는 한 여인의 사랑이야기와 아름다운 문체는 문단에 큰 자극이 됐다. 광고를 거의 내지 않은 순수소설이 10만권 이상 팔리자 출판관계자들은 「좋은 책에는 독자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칼날과 사랑」(창작과비평사간)의 김인숙씨는 신경숙씨와는 반대방향에서 인생의 문제를 풀어냈다. 신씨가 이 세상의 많은 것들 중 유독 아름다운 것 만을 뽑아내 실제보다도 아름답게 묘사했다면, 김씨는 생활 자체에 달라붙어 작품을 썼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솔간)의 김소진씨,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 살」(삼신각간)의 공선옥씨도 주목을 받았고, 이인화씨의 「영원한 제국」(세계사간)이 또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 분야에서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참된 시작」(창작과비평사간)은 노동과 자본의 갈등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서정성 있는 노동시가 대학생을 중심으로한 독자에게 호소력을 갖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문부식씨의 「꽃들」(푸른숲간)은 극한에 처한 한 인간의 절실한 정서가 감동을 주었다. 패러디에서 순수서정으로 돌아온 유하씨의 「세상의 모든 저녁」(민음사간), 섬뜩한 의식을 드러내는 최승자씨의 시집「내 무덤, 푸르고」(문학과지성사간)도 올해 시단의 수확이다.
비평계에서는 권성우 우찬제 이광호씨등 젊은 비평가들의 첫 비평집이 젊은 문학의 실체와 더불어 논의됐다. 권성우씨의 「비평의 매혹」(문학과지성사간)은 평론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판을 찍을 정도로 판매에서도 호조를 보였다. 이들보다 윗세대인 김인환씨의 「상상력의 원근법」(문학과지성사간)은 총체적인 인문학적 교양을 갖춘 평론가의 문학과 세상읽기가 담겨 있다.
젊은 문인들의 등장과 더불어 세 시인이 타계한 것은 많은 사람들을 쓸쓸하게 했다. 천상병 김광균 신동문씨가 각각 세상을 떠나 빈 자리를 남겨주었다.
문단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사건으로는 작가 황석영씨의 귀국을 들 수 있다. 89년 방북사건으로 4년 동안 독일 미국 등지에서 떠돌던「장길산」의 저자 황석영씨는 귀국과 동시에 구속되어 우울한 분단현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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