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정비시급… 국민의식도 바뀌어야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우리나라에 「제2의 개국」을 강요하고 있다.
14일하오(현지시간) 세계 1백16개국의 통상대표들이 UR협상안을 채택함으로써 21세기 국제경제질서의 헌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UR는 농산물 공산품뿐 아니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의 모든 분야를 적자생존의 철칙만이 통하는 전방위 경쟁의 싸움터로 내몰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9세기말 첫번째 개국과정에서 시대흐름을 잘못읽고 쇄국의 울타리 안에서 당파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나라를 빼앗기고 남북이 분단되는 아픔을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앓고 있다.
UR로 닥친 국제화 개방의 「제2 개국」에서 다시 낙오한다면 우리가 치를 대가는 경제 파탄이나 국제적인 고립이상의 것이 될지 모른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고수해온 쌀시장 개방이 눈앞의 일로 닥친데서 알 수 있듯 UR는 이미 우리나라가 회피하거나 모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러시아 동구등 사회주의가 몰락한 탈냉전·경제패권의 세계적 변혁 속에서 또 유럽공동체(EC)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등 배타적 지역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우리가 고립을 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대응해야할 시대적 도전이다.
농산물 서비스등 개방충격이 예상되는 부문에서조차 UR가 오히려 단기적 충격을 비교적 덜 안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슈퍼301조나 덤핑공세에서 겪은것처럼 우리나라가 선진국과의 쌍무적 통상압력에 굴복하는 상황에 몰릴 경우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쌀등 농산물시장의 개방에 따른 농민과 농업의 고통은 차라리 사소한것일지 모른다. 오히려 UR는 입에는 쓰나 몸에 이로운 약처럼 금융·서비스등 외국에 비해 낙후된 부분에 빠른 시일내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다수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보호주의 장벽을 없애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UR를 계기로 세계 교역 활성화와 성장회복이라는 열매를 맺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존자원이라고는 거의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UR 개국」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경제기획원은 국제화 개방에서 살아남는 길은 결국 국가경쟁력 강화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UR 자유무역질서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토지 자본 노동 정부서비스등 모든 생산요소를 국제수준에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면서 현행 제도나 법령 관행까지도 과감히 국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부문등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종전과 같이 응급처방식 보완책이 아니라 10년 20년뒤를 내다보면서 대응해야 한다는것이다.
UR는 또 모든 국민의 행위와 발상법을 획기적으로 수정토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정부의 특혜금융등 지원에 의존하는 자세를 벗어나 전세계기업을 상대로 품질 기술경쟁을 벌일 태세를 갖추어야 할것이다.
소비자는 품질이 나빠도 국산품이므로 써야 한다는 어설픈 애국심에 젖지 말고 서슴없이 외제를 사 국내기업의 분발을 촉구해야 한다.
유장희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를 아울러 고려에 넣으면서 각종 사고와 판단을 전개하는 인식전환이 따라야 법령 제도 관행의 국제화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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