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적 변화가 역동적이다. 이번 우루과이라운드협정협상이 증언하듯 자칫 잘못하다가는 변화의 물결을 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잠겨 실종되기 쉬운것이다. 격동의 변화와 개혁속에 좌표를 잃고 세계의 미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한국의 경제운용체제에서 정부의 시행착오는 극소화돼야한다.
이제 김영삼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여개월이 됐다. 앞으로는 경험이 없다는 것이 시행착오의 구실이 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지금의 행정부는 5년임기의 단임행정부다. 벌써 거의 1년이 지났다. 임기말에는 어느정권이고 「레임 덕」(절름발이 오리·통치력의 약화)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영삼행정부의 전성기는 앞으로 2, 3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동안에 21세기에 대비한 우리 경제의 기틀이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조류를 조망해보면 김영삼시대는 우리 경제 발전사에서 중대한 과도기적인 의미를 갖는다. 우리경제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할 수 있는 체제와 제도의 개선과 개혁이 이뤄져야하는 것이다.
그 관문이 이만 저만 높은 것이 아니다. 뭣보다도 우리로서는 국제경쟁력의 복원이 초미의 과제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으로 쌀·쇠고기등 주요농산물은 물론 금융, 보험, 운송, 학원, 의료, 통신, 유통등 제1차 산업에서부터 제3차산업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산업이 시차가 있을망정 조만간 개방하게 돼 있으므로 국내시장을 지키기위해서도 국제경쟁력회복은 절실한 것이다. 「국경없는 무역」이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폭 넓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경쟁력회복의 필요성이 뼈저리게 피부에 와 닿게 된다.
앞으로의 혹독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자면 경쟁력을 잠식해온 우리경제의 「고비용 저효율」의 체질을 바꿔놓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다규제, 저기술」 체제로는 이겨낼 수가 없는 것이다. 경제체제·제도의 혁명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변혁에는 기득권층의 엄청난 저항이 뒤따르게 돼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개혁중의 개혁」이라는 금융실명제실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경제개혁을 단행하자면 우선적으로 필요한것이 경제리더십이다. 미국과 같이 민간주도의 시장경제체제라면 굳이 경제리더십이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관주도경제체제에서는 관의 경제리더십이 긴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정부에는 이 경제리더십이 없는 것이다. 즉 경제정책의 구심점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직접 관장한다해도 매일매일의 상황을 직접 챙길 수 가 없으니만큼 대리자를 둬야한다. 현재 경제정책의 팀장이 누구인지 분명치가 않다. 제도상으로는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다. 그러나 이경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경제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이 실질적인 경제팀장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도 인식되고 있지도 않다. 새정부의 출범초기때만 해도 박경제수석이 막후의 경제팀장으로 신경제1백일계획, 신경제5개년계획등 경제정책을 주도해왔으나 금융실명제의 사전준비작업에서 배제된후에는 그 힘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수석과 대조적으로 금융실명제실시의 밀명을 받았던 이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한때 명실상부하게 경제팀장의 위상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요즈음에는 다시 각광을 잃고 있다. 경제정책의 구심력소멸이 관계자들의 역량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인사권자의 용인술때문인지 알 수 없다. 역부족이라면 경질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용인술때문이라면 경제정책은 정치와는 달리 팀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역사가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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