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기르기 구조개편 적극 나설때/품목따라 1∼11년… 촉박한 시간/안이한 대응땐 농업피폐 불보듯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분야협상이 14일 사실상 타결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기초농산물시장은 95년부터 일부 품목을 시작으로 개방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완전한 개방까지는 품목에 따라 1∼11년의 시한이 남아 있지만 값싼 수입농산물에 대응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많은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쌀시장은 UR협정문이 발효하는 95년부터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 본격 열리게 된다. 개방 첫해인 95년에는 국내소비량의 1%인 39만섬을, 유예기간의 마지막해인 2004년에는 4%인 1백58만섬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10년간의 유예기간을 얻어내면서 우리나라는 유예기간동안 관세상당치(국내외 가격차)를 줄여달라는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 유예기간 종료직후인 2005년에는 관세가 당초의 관세상당치보다 최소 10%포인트가량 낮아지게 된다.
완전개방시기는 아직 미정으로 돼 있다. UR농산물분야의 원칙이 되는 드니UR시장접근그룹의장의 발표안에 따르면 완전개방시기를 1년앞둔 2003년 재협상을 가질때 최소개방접근폭을 8%이상으로 하는등 추가로 양보하면 2005년이후 또다시 유예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이 때문에 완전개방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예기간중 쌀에 대한 비중이 떨어지면서 자급률이 저하될것은 당연하며 추가양보시에는 강제수입물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많은것을 잃고 유예기간을 추가로 얻는것보다는 2005년 완전개방을 미리 결정하는것이 경쟁력강화면에서는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때 가서 유예기간을 연장하든 완전개방을 하든 유예기간은 우리 농업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이 기간동안 쌀농사의 전업농체제로의 구조개편, 경영규모 확대, 기계화등을 실현할 수 있다면 수입쌀의 거센 도전을 물리칠 수 있을것이고 속수무책으로 놔두었다간 국내 농업은 피폐해지고 식량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쇠고기의 경우는 수입량이 이미 전체 소비량(20만9천톤)의 57%에 이르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수입물량이 주로 중·저급 냉동육중심이어서 한우로 나머지 43%의 시장을 그런대로 지킬 수가 있었다. 협상대표단이 쿼타제를 선택한것도 한우의 시장을 지킬 수 있게끔 경쟁력을 갖추고 쇠고기시장의 유통체제를 갖추는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완전개방때(2000년 7월)까지 남은 7년간 한우품종개량작업을 마무리 해야함은 물론 ▲도축등급제 ▲한우직판장체제 확충 ▲품질별 가격차등제 도입등 유통분야의 구조를 전면개편하는 작업을 끝내야만 한다. 이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 한우시장도 와르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돼지고기 닭고기 마늘 양파 감귤은 국내외 가격차가 타 품목에 비해 비교적 적고 맛등에서 경쟁력이 높아 가공용에서는 시장을 크게 빼앗기겠지만 가정용에서는 자기 시장을 어느정도 지킬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또 고추 마늘 양파는 주요수출국인 중국이 GATT회원국이 아니어서 완전개방이후에도 수입품의 시장잠식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안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참깨의 경우 국세시세와 가격차가 12배나 되고 자급도도 55%밖에 되지 않아 40%의 관세를 매기더라도 수입품에 대항할 경쟁력이 없어 시장의 대부분을 내줄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리 옥수수 콩 감자 고구마등 5개품목은 국내외가격차를 관세로 물리는 관세화를 통해 95년부터 완전 개방된다. 이중 감자(자급률 98.5%)와 고구마(94.9%)는 ▲자급률이 94%이상으로 극히 높고 ▲관세를 관세상당치만큼 매길 수 있으며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검역과 통관관리로 시장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콩과 옥수수는 이미 83∼98%를 수입하고 있어 관세상당치를 적용한다 해도 국내시장을 수입품에 전면적으로 내줄것이 예상된다.
농업전문가들은 경쟁력을 갖출 수가 있는 품목은 집중투자하고 그렇지 못한 품목은 전작을 유도하는등 토지절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인 농업에 집중, 상업농시대에 걸맞게 개편하고 이들 농산물을 중심으로 구조개선작업을 서둘러 완료해야 할것이라고 밝혔다.【박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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