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리한 조건」 일등 불만·견제/각국수석대표회의 한때 난항/쌀 시장폭 관계자함구로 끝까지 혼선/실무협상 미대표 “당신 손보게 하겠다”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미농산물협상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려 했으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회원국 수석대표회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이를 일단 연기했다. 수석대표회의에서 양자협상결과를 추인받아야 대외적으로 공표할수 있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기때문. 이날 수석대표회의는 미·EC(유럽공동체)사이에 항공기보조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회됐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을 기다리던 보도진은 10여시간이나 대기하고 있다가 철수.
○…허승제네바대표부대사는 13일하오10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마지막 마무리작업을 점검하는 한편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동향을 분석. 허대사는 제네바시간으로 심야가 한국에서는 아침출근시간임을 감안, 결과보고 및 긴급사태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UR관계자 전원에게 철야근무를 지시. 일부 대표부근무자들은 며칠째 귀가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가족이 낮에 찾아와 속옷 양말등을 맡기고 가기도. 한국대표뿐 아니라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근무자들도 24시간 근무체제에 돌입.
○…한미 양국이 합의한 쌀시장개방조건에 대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등 이해관계가 있는 8개국 대부분이 불만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일본은 한국이 훨씬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자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까봐 협상관계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는것.
○…UR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15일 열릴 무역협상위원회(TNC)회의장 장소는 제네바 국제회의센터로 결정됐다. 평소 TNC가 열리는 GATT본부의 대회의실이 좁아 GATT는 극장형식의 대형회의장인 국제회의센터로 변경한것이다.
각국에서는 UR타결을 기념하기 위해 적지않은 협상관계자들을 TNC에 참석시킬 예정인데 한국에서는 허승제네바대표부대사등이 참석한다. 미국의 대표는 캔터미무역대표부대표이며 EC대표는 브리튼EC집행위원이다.
○…한미양국간의 최종합의가 이루어진 뒤에도 취재진들은 쌀의 최소시장 개방폭이 1∼4%인지 2∼4%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해 한바탕 혼선. 이같은 혼선은 관계자들이 일절 함구로 일관한데다 취재진들이 확인을 요구할때마다 어색한 미소로 갈피를 잡지 못하도록 유도했기 때문. 특히 1∼4%는 지난 10일 일본 경제신문에 보도돼 이미 알려졌지만 그당시 대표단은 아직까지 합의된 것이 일절 없으며 일본신문의 추측기사라고 일축했기 때문에 기자들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때 이미 1∼4%, 유예기간 10년이 굳어졌으며 이후 동결기간과 관련한 보도가 나올때마다 대표단에서 짜증스런 반응이 나온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음이 추후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건국이후 수많은 협상을 해왔지만 이번 UR협상이 제대로 된 협상다운 협상이었다고. 선준영외무부제2차관보는 그동안 수많은 협상을 겪어 봤지만 우리의 힘과 의지, 논리를 가지고 여러 상대들과 협상한 것은 처음이라고 실토하면서 이번 협상이 앞으로 국제협상의 이정표가 될것이라고 강조.
○…협상대표단은 한미농산물협상에서 파격적인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이 회담장 주변에서 제기되자 이를 무마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 특히 일본은 그들이 따낸 조건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한국이 협상을 매듭짓자 겉으로는 태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심기가 좋지 않은 듯 직간접적인 견제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호주는 한국측이 미국산 고급쇠고기, 미국산 쌀만을 대거 수입하기로 이면계약을 맺지 않았나 경계하는 눈치.
○…우리측이 이번 협상을 원만히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에스피미농무장관을 협상파트너로 만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는 중. 흑인으로 교수출신인 에스피장관은 우리측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진지한 태도로 경청해주었고 회담이 4차례나 열릴수 있었던것도 에스피장관의 인격때문이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에스피장관옆에는 협상전문가인 오마라차관보가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에스피장관이 너무 인정에 흐르는 것을 수시로 차단했다는 것.
○…박운서상공자원부차관보와 공산품분야 협상을 벌인 도러시 도스킨미무역대표부 부대표보(여)는 박차관보가 고분고분하게 굴지 않자 당신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손을 보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여 화제. 한 관계자는 한국의 풍토상 윗사람에게 말하면 모든 것이 제대로 풀리는지를 도러시부대표보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다면서 소행은 괘씸하지만 역시 협상대표로서의 자질은 갖추었다고 촌평.【제네바=한기봉·이백만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