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분노… “미에 경각심 심어야”/민주/“정쟁중지… 농촌부흥에 앞장서자”/민자/“예상보다 성과… 더 잃은것 없다”/청와대 최종 타결된 쌀등 농산물수입개방조건에 대해 정치권은 다양한 평가속에서 후속대응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응이 들끓는 국민여론을 과연 어느 정도나 추스를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청와대는 쌀시장 개방조건에 대해 예상보다 좋은 협상결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이경재대변인은 『둔켈초안의 최소시장 접근폭이 당초 3∼5%인데 우리가 1∼4%로 합의한것은 평가할만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쌀개방은 불가피했다 해도 이 정도의 결과를 얻어낸것은 협상을 마지막까지 최대한 늦춘 전략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부가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에 대비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상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것 같다. 청와대는 또 『우리가 쌀시장 개방조건을 유리하게 얻어낸 대가로 다른 시장을 더 개방한것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결과에는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간의 전화통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그 공을 김대통령에게 돌렸다. 이같은 결과가 내각인책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김대통령의 의중과 관련해 관심가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쌀시장개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14일 상오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원총회장은 정부여당에 대한 규탄과 분노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의원들은 쌀시장개방계획 확정을 「쌀 주권」의 포기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김대통령이 쌀시장개방을 막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본격적으로 문제삼을 태세이다.
이와관련, 유인학의원등은 김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쌀시장개방과정에 대해 보고할것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또 이번 협상으로 쌀시장개방조건등이 완전히 굳어진것이 아닌 만큼 의회비준 시한인 내년 말까지는 싸워볼 여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아래 쌀개방반대투쟁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림채정의원등은 이 기간에 농민 시민단체등과 연대해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한편 국회비준동의 반대운동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투쟁계획을 세우자고 제의했다.
이와 함께 당내에 UR전담기구를 설치해 새로운 국제무역질서에 대비한 총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미국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많이 쏟아졌다. 이영권의원은 『우리에게 쌀시장개방을 강요한 미국에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한다』면서 『미국쌀의 수입반대를 결의하고 결연한 투쟁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민자당은 UR협상결과를 「차선중의 최선」이라고 호평했다. 쌀개방저지라는 최선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1∼4%개방, 10년유예」의 협상결과는 다른 국가들보다 유리한 내용이라는 주장이다.이에 따라 민자당은 그동안의 소극적 자세를 탈피, 대국민홍보 및 대안마련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민자당이 16일 농민과의 대토론회, 17일 농의회의 의견청취, 18일 고위당정회의등의 정책관련 일정을 확정한것도 「쌀개방정쟁」을 중지하자는 대야·대국민메시지라 할 수 있다.
당정책팀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지금부터라도 정쟁에서 벗어나 농촌부흥을 도모하면 얼마든지 가능성은 있다』고 자신했다. 정책팀은 『UR협상으로 과실을 얻는 제조업분야의 이익을 농촌부흥으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황에 시달리는 어려운 제조업의 여건에서 농촌쪽으로 돌릴 재원이 염출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것도 사실이다.【이계성·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