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까지 바꿔 육안식별 못해/개방땐 국내시장도 혼란 확실/참깨·과일류·통조림도 변조일쑤 외국산 농산물의 국산둔갑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일반소비자들은 국내산과 외국산을 식별할 수 있는 감별력이 전혀 없어 아무리 외국산 농산물을 먹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더라도 속아넘어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쌀메이저인 퍼미사가 91년부터 재미동포들에게 미국쌀을 한국쌀인것처럼 위장판매하고 국내 재벌기업인 H기업의 미국 현지법인 역시 미국쌀을 국산쌀인것처럼 포장해 판매해온 사실이 드러나 쌀시장이 개방되는 95년부터 국내시장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빚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쌀과 기초농산물 수입개방저지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 김성훈집행위원장은 14일 미국 퍼미사가 91년부터 미국쌀을 국내 신품종쌀인 「진미쌀」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판매해왔으며 국내 H그룹 현지법인도 캘리포니아쌀을 「코끼리쌀」「대풍」「풍년」등 3종의 한글상표로 팔아왔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농수산물 유통시장에서도 외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일이 많다. 중국산 참깨는 물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각종 과일류 역시 국내산과 섞여 위장판매되거나 아예 국내산으로 둔갑하고 있으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외국에서 가공생산돼 들어온 과일음료나 통조림등도 국산고유상표를 달거나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게 생산지를 표시,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
이에따라 농림수산부는 수입농산물 및 수입농산물가공식품, 국내농산물에 대해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기 위해 지난 6월 「농산물가공산업육성 및 품질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하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중이며 최근에는 농림수산부고시를 통해 수입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요령을 고시했다.
그러나 국내산과 섞어 판매하거나 미국 퍼미사나 H그룹처럼 쌀포장부터 위장할 경우 식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전무한 상태인데다 성분검사를 통한 식별방법도 개발돼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수산부의 한 관계자도 『수입개방한 농산물품목이 워낙 많아 수입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처럼 수입농산물과 국내산의 혼합비율을 조작하거나 용기에만 원산지표시가 돼있는 수입농산물을 낱개로 판매하는 경우 일일이 단속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기획실장(37)은 『쌀시장개방이 결정되기 훨씬 전부터 일부 기업이나 중간상인들이 외국산 수입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기업, 수입상, 상인들의 건전한 상도덕확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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