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깨기 앞장… 사정기능 회복/“국책사업 예산낭비·안전확보 중점감사” 93년은 권위주의시대의 상징이던 「성역」이라는 말이 사라진 해로 기록될것같다. 청와대를 비롯, 군·안기부등 국민 위에 군림하던 기관들이 예외없이 사정의 도마에 올라 정부수립이후 40년이상 「성역」의 틀속에 온존했던 갖가지 비리가 속속 껍데기를 벗었다.
사정중추기관으로 성역깨기에 가장 앞장선 기관이 감사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30여년만에 처음 헌법에 보장된 독립 사정기관으로 제 자리를 찾은 감사원은 오랜 환부를 도려내는 큰 역할을 해냈다.
감사원은 3월29일 유신이후 20여년동안 감사의 사각지대였던 청와대를 실지감사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4월들어 율곡사업(군전력증강사업), 7월에는 평화의 댐등 굵직한 국책사업등을 잇따라 감사, 새 정부 출범이후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며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군이라는 특수조직을 앞세워 20여년동안 감사의 영역밖에 있던 율곡사업도 된서리를 맞았다. 억대이상의 뇌물을 받아 검찰에 고발된 인사만도 이종구·이상훈전국방부장관,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 한주석전공군참모총장, 김종호·김철우전해군참모총장등 6명이나 된다. 조남풍전보안사령관(예비역육군대장)을 비롯한 대장 2명, 중장 1명등 모두 19개의 별이 감사이후 떨어지거나 징계를 받았다.
군사정권의 심장부였던 기무사는 율곡사업감사때 존안(존안)자료라는 자체 정보파일을 고스란히 감사원에 내줘야 했으며 평화의 댐 감사에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안기부가 창설이래 처음 실지감사를 받았다.
율곡사업과 평화의 댐 감사에서는 청와대와 알력을 빚으면서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이루어졌다. 감사원은 「이동복전안기부장특보의 훈령조작의혹」감사를 통해 극도로 민감한 사항인 대북교섭업무도 감사대상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사정의 중추기관으로 부각된 감사원에는 하소연할 데 없는 국민들의 민원과 고발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3월 광화문에 설치한 민원신고센터에는 6개월동안 예년의 11배이상인 1만2천여건의 민원이 쇄도했으며 접수후 묻혀버리기 일쑤였던 이들 민원은 현장확인을 거쳐 처리됐다. 감사원은 지난 1일부터는 188신고센터를 개설, 국민들의 신고를 받아 공직자직무감찰을 하고 있다.
감사원의 거듭나기는 이회창원장과 황영하사무총장(54)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기업의 비업무용토지현황을 공개했다가 파면된 이문옥전감사관은 91년 「그래도 못 다한 이야기」라는 책에서 『감사원이 제 자리를 찾으려면 원장은 강직한 성품의 대법관이 맡고 사무총장은 내부인사를 승진시켜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원장은 바로 대법관출신이며 황총장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감사원 내부인사이다. 조선시대 청백리 황희정승의 21대손인 황총장은 이원장의 경기고―서울대법대 후배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는 기획관리실장시절 입안한 감사원개혁방안을 토대로 감사원법개정안, 성과감사제 도입, 조직개편등의 내부개혁도 주도해왔다. 눈코뜰새 없이 한해를 보낸 황총장은 『새해에는 고속철도 영종도신공항건설등 주요 국책사업은 물론 환경등 분야별로 진행중인 사업도 중점감사해 예산낭비를 막고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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