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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기획시리즈 “풍성한 무대”/연극(’93문화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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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기획시리즈 “풍성한 무대”/연극(’93문화결산)

입력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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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 우세·유망신인 대거 발굴/서울시립극단 창단지연·연극원 졸속행정 아쉬움/공연장 개관 러시·외설극 논쟁도올해 우리 연극계는 만성적인 불황을 겪으면서도 재도약을 위한 분위기와 기틀을 마련하는 바쁜 한해를 보냈다.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해 정착단계에 있는 의미있는 기획시리즈, 창작극의 우세, 언젠가는 있어야 했을 외설연극에 대한 치열한 논의등을 비롯해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늘어난 연극공간등이 올해의 수확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극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서울시립극단이 관계공무원과 연극인들간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때문에 93년창단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내년에 문을 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이 관계자들의 밀실·늑장작업으로 막판에 가서야 허둥지둥 일을 진행해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은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4월중순 연우무대의 「한국 현대연극의 재발견 시리즈」로 비롯된 기획시리즈는 극단 「산울림」의 「오늘의 한국연극―새작품 새무대」, 극단「작은신화」의 「우리연극만들기」등 일련의 창작극기획시리즈로 이어졌다. 3∼4개의 작품을 연이어 무대에 올리는 기획시리즈는 연극인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다는 상징적인 성과외에도 가능성있는 신인과 작품들을 양산했다는 측면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오은희(두사내) 조광화(황구도) 연출가 김동현(꿈, 퐁텐블로) 이성열(여성반란) 배우 한명희(산불) 이대연(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사랑을 찾아서) 김호정(사랑을 찾아서)등이 기획시리즈를 통해 발굴된 신인들이며 이윤택작 「불의 가면」 김광림작「여성반란」등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새작품으로 꼽힌다.

 기획시리즈의 바람과 맞물려 오랫동안 창작극보다 번역극이 우세했던 연극계의 판도가 뒤집어졌다. 지난 6,7월의 경우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중 창작극과 번역극의 비율이 8대2가 될 정도로 창작극이 우세했다.

 창작극의 열기와 함께 올여름 연극가를 달군 현상은 다름아닌 외설논쟁이다. 연극의 외설논쟁은 그동안 타율적으로 예술행위의 수위를 조절했던 우리 연극계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논의를 벌였다는 점과 외설문제가 연극의 고급화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올해 연극계의 큰 수확으로 꼽힌다.

 극단 「판」의 「북회귀선」, 극단 「쎄실」의 「불의 가면」등으로 시작된 외설논쟁은 극단 「반도」의 「햄릿머신」에 이르러 절정을 맞았다. 「저질 상업주의다」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한 예술행위다」등 격렬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연출가 채윤일씨가 국교생들을 출연시키기로 기획했던 이현화작 「0.917」이 연습도중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에는 공연장이 크게 늘어났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두산그룹의 연강홀등 규모가 큰 무대를 비롯해 소극장으로 북촌창우극장 비원문화장터 압구정동실험극장전용극장등이 올해 문을 연 연극공간들이다. 연극을 위한 소극장들은 대학로는 물론 비원주변, 신촌의 홍대주변, 강남의 압구정동 서초동등을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추세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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