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쌀파동 겹쳐 “한계”인식/계파불문 「책임논」잇달아 제기 『이대로는 도저히 안된다』
난국타개를 위해 당정개편이 시급하다는게 민자당내의 한결같은 분위기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10일 『현재로선 당정개편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민자당은 이구동성으로 개편의 당위성을 말하고있다. 계파를 가리지않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공감대가 굳어져 가고 있다.
이같은 당내분위기는 황명수총장이 13일 처음으로「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더욱 확고해지고있다. 황총장은 이날 김대통령의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는 선거공약과 관련,『누가 그같은 안을 냈는지 모르지만 양심적으로 자진해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은 져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총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아랫사람들이 UR협상을 뻔히 내다보면서 대통령께 허무맹랑한 건의를 해왔다』면서 『당도 죄송하기 이를데 없지만 쌀문제에 관한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개각의 필요성을 직설법으로 거론했다.
당의 한 고위당직자도 이날 『지금 개각을 해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데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것』이라며『대통령도 이를 충분히 알고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김대통령의 언급도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있다」는 것이니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 『대통령의 통치스타일로 미루어 중요한 결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기왕에 당정개편을 말해온 사람은 많았으나 「쌀정국」이후 그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것이다.
「개각을 하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얘기를 감안,상당기간 말을 자제해온 민주계에서조차 청와대참모진과 내각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있다. 민주계의 한 중진인사는 『주변에서 대통령을 잘못 보필하고 있다』면서 『온통 「예스맨(YES MAN)」만 있으니 진정한 민의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민주계 인사는 『국회파행사태나 쌀시장개방문제등 최근들어 제대로 된 일이 없다』며『대통령이 사과담화까지 한 마당에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는게 정말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찍이 「무능론」을 들어 개각을 주장해온 민정계의 논리가 이제는 당전체로 확산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한 당직자는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이 내각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이상 그 화살이 대통령에게 미치기전에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지금의 침체된 정국에 새출발의 기운을 불어넣기위해서는 단순한 개각이 아니라 광범위한 조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수위를 높였다.
「위기타개책」을 기대하는 민자당의 목소리는 예산안 날치기 파동이후 짙어진 패배주의적 색채와도 맞물려있는것 같다.
비록 국회가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파행에 이어 야당에 참패를 당함으로써 민자당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게 사실이다. 도처에서『이래서는 정치를 못하겠다』는 원망과 함께 국회파행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측이『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 준수라는 법정신을 강조한 것이지 대통령은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써가면서 일을 처리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책임공방의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분분하던 개편의 시기에 대한 추측도 민자당내에서는 거의 「연말설」로 굳어지고 있다.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행정공백이 한두달만 이어지면 회복불능의 사태를 맞을수도 있다』면서 『개각을 안한다면 확실하게 안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하고 하려면 가급적 빨리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한다해도 그 효과는 크게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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