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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예외」증후군/이문희(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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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예외」증후군/이문희(화요칼럼)

입력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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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완전히 졸업을 했지만 불과 4, 5년전까지만해도 우리의 대외무역에서 일반특혜관세제도(GSP=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라는것이 관심사였던 때가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한국등 개발도상국의 일정상품에 관해 무세 또는 별도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 원조가 아닌 교역의 확대를 통해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촉진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였다. 그러니 우리 대미무역이 미국의 GSP운영 방침에 따라 좌우됐던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우리 통상교섭의 중요한 몫이기도 했다.

 1984년 미의회는 76년부터 시작했던 이 제도를 더 연장하느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적이 있다. 이때 민주당의 리처드·게파트의원은 한국·대만·홍콩은 더 이상 개도국이 아니니 이 특혜제도 연장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이른바 게파트 수정안을 들고나와 우리를 긴장시켰었다. 그러나 그해 10월3일 미하원은 열띤 토론끝에 1백74대 2백33표로 이 수정안을 부결시켜 우리는 89년까지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때 우리 교섭의 주조는 「한국은 아직 개도국으로 특수한 사정이 있으니 예외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홍콩도 똑 같이 연장됐고 이유는 갑작스런 GSP의 중단이 이들 3개국으로부터의 수입품가격을 올리고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무겁게한다는 것이었다.

 제네바에서 UR협상을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의 농림수산부장관은 GATT사무총장, 미농무장관을 잇달아 찾아다니면서 「한국의 쌀이 갖는 안보적 특성과 예외없는 관세화가 미치는 국내 농업의 붕괴등을 조목 조목 설명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최소한 일본보다는 유리한 안을 제시했다고도하고 농민들의 데모광경을 담은 스크랩을 한뭉치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근 10년의 터울을 가진 이 두가지 일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외교섭에서 한국은 무언가 예외적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막판에 와서 허겁지겁하는 것도 똑같다. GSP때도 표결이 있던 당일 대사이하 전관련직원이 의사당을 오르내리며 악수를 청하고 다녔던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이런 로비(?)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필요에 따라 결정됐을 뿐이다.

 UR마감이 다 돼서 제네바에서 「동분서주」하는 우리 장관일행의 모습은 안타깝도록 애처롭다. 이런 정경을 펼칠양이면 무엇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큰소리쳤으며 「절대불가」를 호언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쌀개방 항의차 제네바를 방문했던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EC의 대사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다 개방하기로 했는데 이제 무엇하러 왔느냐』. 또 일본의원도 동석한 자리에서 그는 「같은 동양인이니까 하는 얘긴데 한국의 외교는 굉장히 미숙하다. 일본은 지난 6년간 기초작업을 해 왔는데 한국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무얼하자는 것이냐」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게도 잃고 구럭도 잃고란 바로 이런 경우일 것이다.

 이런 막판 허겁지겁은 우리 외교, 우리 국가운영방식에서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니 아예 접어 두기로 하자. 하지만 앞서도 지적한 한국은 무언가 특별대우, 예외조치에 해당된다는 발상, 대외교섭태도에 대해선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것같다.

 우리가 미국의 원조로 연명해야했던 시절, 더구나 6·25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으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피원조국이 됐던 시절, 개발도상국의 대열에 끼였다고는 하나 아직 주변의 배려가 필요했던 시절, 이런 태도는 그런대로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다. 걸맞는 반대급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몸에 밴것같은 이런 체질이 대등을 부르짖고 호혜를 말하고 선진국이니 10대교역국이니 큰 소리치는 지금에서까지 우리 태도의 근저를 이루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하루속히 내던져야할 체질이기도 하다.

 누구도 우리를 더이상 「특별배려」의 대상으로 생각해주지 않는데 우리만 그것에 연연하면 우선 구질구질하다. 오산의 근거가 될수있다. 실익을 챙기면 됐지 무슨 체면이냐 할지 모르지만 응석이 실익으로 통할수있는 상황은 이미 아니다. 월요일 아침 본보3면 제네바발 기사는 우리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구적 관행이라는 거대한 장비에의해 우리의 담장이 모두 헐려져가고 있음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제네바의 협상상대들의 한결같은 말도 한국이 왜 개도국이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을 남달리 생각해줘야할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 굳이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끊임없는 북의 위협을 감내해야한다는 입장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UR의 고려대상으로 삼아줄 상대란 없다. 

 그래서 대답은 자명해진다. 대등함과 떳떳한 자세다. 협상이란 기본적으로 힘겨루기요 수단의 주고 받기다.

 더 이상 우리 대외교섭에서 응석의 티를 안봤으면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의 극대화, 집중, 그 효율적 사용만이 또다른 이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쌀개방은 마디마디에서 전해주고 있다.【편집담당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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