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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급진개혁 추진 “새 멍에”/러시아총선 반옐친정당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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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급진개혁 추진 “새 멍에”/러시아총선 반옐친정당 약진

입력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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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법통과 개인적 승리 불구/하원 범개혁파 부진 마찰예고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12일 실시된 국민투표와 총선에서 신헌법이 통과됨으로써 개인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나 범개혁세력이 패배함으로써 향후 정계개편과 정국운영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옐친은 강력한 대통령제를 내용으로 하는 신헌법안의 채택으로 법과 제도상 공산주의와 소비예트체제를 완전 청산하고 러시아연방공화국을 새로운 「민주체제」로 출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새의회의 하원인 국가 「두마」(하원)선거에서 러시아의 선택등 범개혁세력이 주도권을 잃음으로써 급진개혁의 추진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두마선거에서 극우민족주의자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은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켜 러시아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특히 공산당이 정당별투표에서 제3당으로 부상하는등 반옐친진영이 약진했으나 러시아의 선택과 야블린스키연합, 민주개혁운동, 통일화합당등 범개혁세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옐친과 지리노프스키의 개인적 승리로밖에 볼 수 없게 됐다.

 지리노프스키의 승리는 구소련의 부활, 반미, 반유태주의, 군사력팽창등의 공약에 상당수의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특히 냉전후 자존심이 크게 상한 러시아인들의 민족주의의식을 자극함으로써 득표에 성공했다.

 앞으로 러시아 민족주의의 발호는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선택을 이끄는 가이다르제1부총리는 선거후 러시아TV와의 회견에서 『민족주의의 등장은 1930년대 독일 나치즘의 등장때와 흡사한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범개혁세력의 지리노프스키의 돌풍과 공산당의 약진에 대항해 얼마만큼 「연합전선」을 할 수 있느냐 여부가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개혁세력의 패배는 이들이 분열된 상태에서 독자노선을 걸었기 때문인데 과연 선거전에서 쌓인 감정의 앙금과 정책상의 이견을 극복하고 같은 깃발아래 뭉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러시아의 선택을 이끄는 가이다르제1부총리와 야블린스키등은 옐친이후의 대권을 노리고 있어 쉽게 제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당과 공산당이 제휴할 경우 이들은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통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옐친이 앞으로 새로 구성될 의회와 어떤 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인가도 내각의 개편및 개혁정책의 추진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회는 과거 최고소비예트와는 달리 권한이 대통령에 비해 약화됐기 때문에 정국운영이 수월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서 나타났듯이 옐친의 인기가 전보다 훨씬 하락한 점을 볼때 결코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옐친은 사안별로 민족주의 세력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를 놓고 러시아정치평론가들은 과거 최고소비예트에서 벌어졌던 정쟁과 무질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정국의 혼란과 과도기적 진통이 이번 선거를 통해 마감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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