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에 3만7천명 청중몰려/관계자들 창작의욕결핍은 큰 숙제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재개관을 기념하여 10월20일 서울오페라단의 「아이다」로 시작된「93 한국의 음악극축제」가 9일부터 12일까지 공연된 국제오페라단의「토스카」를 끝으로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6편의 오페라가 공연됐던 이번 축제는 지금까지(9일현재) 3만7천여명의 청중을 모으면서 하반기음악계에 때아닌「오페라바람」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 오페라가 들어온 후 처음으로 두달여 동안 여러 편의 오페라를 잇따라 무대에 올렸던 음악극축제는 만년 침체상태를 면치 못했던 한국 오페라 활성화에 새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계에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오페라단 관계자들이「일단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오페라도 하나의 상품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며 청중을 모아야 한다」는 전문성을 얻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축제를 주관한 예술의전당측은 청중의 객석 점유율이 당초 절반을 훨씬 밑돌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평균 57%에 이른 것을 예로 들며 이번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이 자체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첫 작품인 서울오페라단의「아이다」에 총 9천2백15명(객석점유율 81%)이 찾았고, 김자경 오페라단의「소녀심청」이 6천3백92명(56%), 한국오페라단의「루치아」가 7천5백30명(66%), 국립오페라단의「마농레스꼬」가 7천4명(51·2%), 서울시립오페라단의「돈 카를로」가 4천1백81명(36·6%), 국제오페라단의「토스카」가 1천2백64명(55% ·9일현재)의 청중을 각 각 모았다.
화려한 무대세트를 선보였던 대작오페라「아이다」가 개막 작품이라는 이점에 힘입어 가장 많은 청중을 모았고 메트로폴리탄의 프리마돈나 신영옥의 열연이 돋보였던 화제작「루치아」는 66%의 객석 점유율에 그쳐 생각보다 적은 청중을 모았다. 이는 주최측이 지나치게 많은 초대권을 남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이제 오페라도 초대청중에 의존,「시끌벅적한 잔치」로 소문만 내기보다 작품 완성도를 높여 무대에서 승부를 거는「음악실명제」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지적은 국·시립오페라단이 탄탄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홍보와 무대연출에 신경을 쓰지 않은「포장이 변변치 않은 상품」을 내놓아 청중모으기에 실패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축제를 치르면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오페라관계자들의「창작의욕결핍증」이다. 6편의 작품중 창작오페라는「소녀심청」1편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이탈리아 작품으로 지휘와 연출을 대부분 외국인에게 맡겼다. 음악계 관계자들은 오페라가 우리 음악극의 한 양식으로 정착하기위해서는 한국식의 독창적인 연출기법을 만들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녀심청」이 객석의 절반을 넘기는 청중을 모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이상만씨는 이번 축제에서 『가수들의 경우 노래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낼만한 연기력이 대부분 부족했다. 또 오페라극장 무대기능을 연출가들이 완전히 익히지 못해 효과적인 무대사용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앞으로 오페라단마다 전문 레퍼토리를 도입,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도록하고 궁극적으로는 오페라극장이 몇개의 전문오페라단을 전속 단체로 두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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