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직서 작성설 유력… 실체는 오리무중/당시 기획·홍보팀도 유세뒤에 알고 놀라 김영삼대통령의 사과담화를 나오게 한 「쌀개방저지공약」.
김대통령의 쌀개방불가약속은 여러차례 있었으나 지난대선때인 지난해 11월21일 첫 유세지인 충북제천에서 밝힌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는것이 결정판이다. 김대통령에게 족쇄가 된 「직을 걸고」라는 수사는 누가 만들었을까. 이를 둘러싸고 여러 설들이 분분하다.
청와대수석비서관들이나 장관들은 최근 『우리가 잘 보필하지 못해서 대통령이 사과까지…』라며 자책성 발언을 하면서도 은근히 제천공약에 대한 원망을 깔고있는듯하다. 그러나 사정을 알만한 측근들은 제천연설문의 작성자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 『말하기 곤란하다』로 일관한다. 다만 관계자 모두 『그후로 「직을 걸고」라는 식의 공약은 없어졌다』고 말해 「직을 걸고」는 유세당시 선거캠프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음을 확인해주었다.
제천연설중 문제된 부분은 『당선되면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 농촌에 빈집이 늘고 농민들이 논밭 팔아 도시로 가고있는데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있다. 떠나는 농촌을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그후 12월1일 관훈토론회에서도 거론됐다. 한 패널리스트는 『직을 걸고 막겠다고 했는데 그러다가 개방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당시후보는 『그만큼 강조하는 뜻으로 말한거지 그걸 가지고 뭘…』이라는 조크로 넘어갔고 패널리스트와 청중들도 웃음으로 양해했다. 그러나 정작 쌀개방이 이루어지게 되자 국민들은 이를 지나치지 않았고 연설문의 작성자는 대통령에게 큰 짐을 부과한 셈이 됐다.
지난해 유세당시 김후보의 연설문은 당기획위원회와 홍보대책위가 총괄했다. 두 위원회는 출범직후 통합운영됐고 박관용 최병렬 두 의원의 지휘아래 이해구 강삼재 조부영 강용식 서상목 김영수 박범진 구창림의원등이 참여했다. 때문에 일단 기획홍보위로 눈길이 쏠린다. 하지만 기획홍보위원들은 『제천유세가 있고난 뒤에야 그같은 표현이 있는지 알고 모두 놀랐다』고 밝혔다. 박범진의원은 『제천유세를 계기로 중요공약은 반드시 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아마 사조직에서 만들어준듯하다』고 추측했다.
당시 기획홍보위는 김후보의 TV연설원고에 주력했고 지방유세연설문은 별도의 조직이 가동됐음을 감안하면 기획홍보위는 제천연설의 내용을 몰랐다고 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지방연설은 6명의 집필진이 초벌을 만들고 이를 전병민씨가 다듬어 이경재공보특보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씨는 여의도당사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이특보가 유세현장에서 팩스로 연설문을 받아보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직을 걸고」라는 표현이 서울에서 보낸 초안에서부터 들어있었는지, 유세현장에서 추가됐는지가 확실치 않다는 얘기이다.
이특보(현재 청와대공보수석)는 최근 『원고가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나간 것이 잘못이었다. 그때 걸렀어야 하는데…』라고 자책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다른 사조직에서 연설문이 작성됐음을 시사한다. 일부 관계자들은 『전씨가 이끌던 임팩트코리아가 지방연설을 전담했다』고 밝혀 사조직설에 동조하고있다. 그러나 임팩트코리아에서 일했던 멤버들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하고있다. 이와는 달리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이 당시 원장으로 있던 농촌경제연구원이 쌀개방저지공약을 건의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연구원측은 『쌀개방은 안된다는 건의는 했지만 직을 걸어야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직을 걸고」라는 약속은 있되 작성자는 아직 오리무중인 형국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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