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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벗은 가지는 봉황을 기다리고…/벽오동(꽃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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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벗은 가지는 봉황을 기다리고…/벽오동(꽃이 있는 삶)

입력
199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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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재료로 최고… 열매는 커피대용도 벽오동과 대나무는 봉황때문에 더욱 대접을 받는다.

 옛 사람들은 봉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열매 죽실이 아니면 먹지를 않는다 했다(봉비오동불서, 비죽실불식).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드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오고..」처럼 벽오동과 대나무를 심는것은 봉황이 와 달라는 바람이다. 봉황이 몰고오는 태평성대를 염원함이다.

 한여름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벽오동은 지금 스스로 모든 잎을 떨쳐버리고 온마당에 따뜻한 햇볕을 듬뿍 모아 주고 있다.

 벽오동을 심어 봐야 그 고마움을 안다. 깨끗하고 귀족적이며 우아한 선비나무로 서당이나 서재앞 마당에는 꼭 심었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오동은 벽오동과 다르다. 잎 뒷면에 다갈색이나 담갈색 털이 나는 머귀나무이다. 우리나라 특산종 오동나무와 울릉도 자생인 참오동나무도 오동이지 벽오동은 아니다.

 중국은 오동이라면 벽오동을 말한다. 청오 청피수 청동목 이동,재질이 흰색이어서 백동, 수피를 섬유로 이용해 동마수라 한다.

 6∼7월에 피는 꽃은 연한 황색이다. 줄기가 곧고 빨리 자란다. 한해 한마디씩 쑥쑥 커 올라 간다. 15m까지 크는 키큰 나무이다. 줄기는 푸르고 반지르르하고 잎은 크고 넓다. 

 가을에 열매가 성숙하면 갈라진다. 잎처럼 퍼지면서 그 모양이 배와 닮았다.이 배모양의 심피 가장자리에 콩알같은 열매가 붙는다.

 열매속의 담황색 씨젖을 보통 구워 먹는다. 지방유가 37%, 단백질 23% 카페인이 들어있어 맛이 고소하다. 오동자라 한다. 커피가 귀할때 커피대신으로도 쓰였다. 폐 신장 심장등 삼경에 들어가 기와 위를 순하게 하고 소화를 돕고 위통을 치유하는 효과를 가졌다. 꽃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화상치료에 썼다. 나무껍질은 점액질이 있어 제지용 풀로 쓴다. 악기 거문고 비파는 벽오동을 제일로 쳐 벽오동으로 만든 거문고를 사동이라 했다. 

 옛 가락국의 도읍지였던 경남 함안의 뒷산은 풍수지리상 비봉형이어서 봉황이 오래 머물지 않고 쉬 떠난다 해 동북쪽에 벽오동 1천여그루를 심고 그 이웃 대산리에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오동있고 죽실있으니 봉황이 오래 살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풍수신앙이 만들어 낸 걸작품이었다.【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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