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파고 이기는 「안동 황우촌」 르포/생균제 사료등 독특한 사육법/축산단지·유통사설립… 농가 연소득 1억2천만원 전국의 농민들이 농축산물 시장개방을 앞두고 움츠러들어 있지만 경북 안동군 「안동황우촌」 주민들은 걱정이 없다. 일찌감치 「개방」이 몰고온 여파를 극복하고 부촌의 꿈을 실현했다.
경북 안동시에서 5번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5 떨어진 안동군 남후면 광음리 및 일직면 명진리에 걸쳐 위치한 안동황우촌(회장 서재명·49)은 겉보기에는 여느 농촌처럼 한가롭기만 하다.
다만 집집마다 큼직한 외양간을 지어 누렁이 한우 30여마리씩을 매어 놓았다는 점만 특이하다.
이 황우촌농민들의 소득은 일반 농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가구당 연평균 수입이 1억2천만원이나 된다.
황우촌 농민들의 오늘은 그러나 그저 찾아온 것이 아니다. 전국 농민들이 쌀을 비롯한 농축산물시장개방에 따른 절망과 허탈감, 그리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거리로 뛰쳐 나오게 하는 고통을 이미 10년전에 똑같이 경험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끝내 부자마을을 이뤘다.
황우촌의 태동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0년대초 정부가 소사육을 권장, 사육두수가 크게 늘면서 82년에는 소값이 대폭락하자 당시 재산목록 1호로 누렁이(한우애칭) 1∼2마리씩을 기르던 주민들은 실의에 빠져 너나없이 도시로 나갈 채비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훗날 황우촌 이사가 된 우재석씨(45·안동군 축협직원)가 이들을 적극 만류하고 나섰다.
『주민들에게 한우값은 더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고 설득, 소를 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되도록 많이 사두라고 권장했습니다』
우씨의 예상은 적중해 얼마 지나지 않아 소값이 반전됐다. 황우촌 농민들은 이때부터 한우 사육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고 사육 두수도 매년 크게 늘려 나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 황우촌 농민들에게 또한차례의 시련이 닥쳤다.정부가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큰 어려움 없이 버틸 수 있었다. 수입쇠고기와 육질로 맞서 이겨냈던것이다.
황우촌 한우의 명성이 점차 퍼지면서 일부 중간상인들이 황우촌 한우에 물을 먹여 팔자 황우촌 농민들은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한우의 명성을 지키기위해 91년 8월 합작유통회사인 안동황우촌을 설립했다.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그랜드백화점 뒤편과 안동시내 신·구시장등 3개지역에 개설한 직판장에는 주문이 쇄도, 지난 8월 대구 남문시장에 직판장을 추가로 개설했다.
황우촌 쇠고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정성과 노력의 결실이다. 황우촌은 출하 8개월전부터 항생물질류, 합성항균제(발암성), 호르몬제등을 일절 첨가하지 않고 생균제와 효모제등을 넣은 특수 사료만 사용한다. 육질을 부드럽게하기 위해 매일 마사지를 해주는 정성도 쏟는다. 올들어서는 출하 2개월전부터 안동시내 한의원에서 나오는 보약찌꺼기를 구입해 먹이는 독특한 사육법까지 쓰고 있다.
황우촌은 일반농가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16, 17개월만에 소(4백50㎏)를 출하하는것과 달리 반드시 23∼25개월간 사육한 완숙소(6백10㎏)를 출하한다.
그러나 황우촌 농민들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을 구상중이다. 사육두수를 지금의 8백50두에서 97년까지 3천마리로 늘리고 사육방법도 전과정을 기계화한다는 계획으로 지난달 5백80평규모의 축사건립에 착수했다. 쇠고기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한 쇠고기통조림은 특허출원중이며 사육과정에서 나오는 분뇨를 활용하는 유기농법으로 무공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계획도 세워 놓고 전국 최고소득 농촌마을을 꿈꾸고 있다.【안동=유명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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