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명분 소유·거래제한/경지규모 영세… 생산성에 한계 쌀시장 개방으로 난리가 난것은 우리쌀의 경쟁력이 취약하기때문인데 그 밑바닥에는 농지문제가 최대의 문제점으로 도사리고 있다. 이는 경쟁력강화를 위한 열쇠가 농지문제 해결에 있음을 시사하는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쌀값,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도 못한 품질등 저급한 국제경쟁력 구성요인들의 껍질을 벗겨나가면 종국에는 농지규모의 영세성이란 묵직한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기본적으로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계화및 기술혁신등을 위한 투자가 어려울뿐더러 정부가 돈을 퍼부어도 효험이 신통찮아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실정이다.
92년 현재 국내농가 가구당 경지규모는 1.26정보(3천7백평)로 세계 최하수준. 유럽공동체국가들의 평균 20정보에 비해 6%, 미국의 1백정보에 비해 1백분의 1 규모다. 국제경쟁력은 제쳐놓더라도 농가가 농업소득만으로 가계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영농규모가 최소한 2정보는 돼야 한다는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2정보이상을 경작하는 국내농가는 전체의 9.6%인 16만3천가구에 불과하다.
더욱이 농지가 너무 세분화돼 필지당 규모가 4백평에 지나지 않아 기계화영농 자체가 어렵다. 농지 1㏊(3천평)를 경작하는데 투입하는 노동시간은 4백52시간(90년기준)으로 미국등에 비해 훨씬 많은데 농지집단화가 안돼 기계화영농 여건이 근본적으로 봉쇄되어있기때문이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1㏊당 노동투입시간이 1백시간이하로 떨어져야 최소한의 국제경쟁력을 갖게된다는것.
이같은 규모의 영세성이 투자유인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원가를 높이고 결국 농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91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쌀생산비는 정곡1톤당 9백41달러로 미국의 2백78달러에 비해 3배이상, 태국의 1백39달러에 비해서는 6배이상 높다.
그렇다면 우리영농규모는 왜 이렇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가. 문제는 농지관련제도의 낙후성에 있다. 영세 자작농을 보호하는데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규제일변도로 흘러 농지의 생산성측면을 무시하고 있다. 수십년전에 만들어 고수하고 있는 융통성없는 제도와 전근대적인 경직된 발상이 소유이동및 거래활성화를 통한 농지의 규모화·집단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10㏊이상 농지소유를 금지하는 농지소유상한제나 허점투성이인 농지매매증명제등 2중3중의 농지거래규제법령은 대표적인 예다. 현실적으로 기업농등 영농규모화는 엄두도 못내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농지값을 안정시키지도 못해 값은 오를대로 오르고 임차농등 실경작자의 토지용역비(토지를 쓰는 비용)는 갈수록 가중돼 경자유전을 실현하고 투기를 막는다는 제도적 명분은 이미 무색해진지 오래됐다.
쌀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영농규모 확대라는 대전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관해서는 이견이 많다. 전문가들중에는『경자유전의 원칙에 더이상 매달리지 말고 농지를 이용·생산하는 사람에게 농지를 몰아주는 용자유토에 입각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소유개방을 통해 농지 소유이동및 거래를 대폭 자유화해야 한다는 견해인데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투기재연과 농지값 상승, 자작농체계의 붕괴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반대다.
그러나 현행 농지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경자유전원칙을 바탕으로한 기존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농지값을 하향안정시키면서 집단화된 우량농지를 중심으로 생산기반의 재정비를 촉진시키는 농지제도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는것이다. 그동안의 엉거추춤한 자세에서 탈피, 농지제도의 기본목표와 방향을 확실하게 재정립하기 위한 국민적 논의가 활성화돼야할 시점이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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