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14년… 김포간척지 오류농장 현지르포/완전기계화… 판매까지 직접/생산단가 일반농가 65%선/직원20명 올 만5천섬 수확 쌀시장개방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뒤늦게 기업농을 육성, 우리쌀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14년전에 주식회사형태의 기업농체제로 기계화영농을 해온 경기 김포군의 (주)오류농장(사장 권회섭·44)이 미래의 기업농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기업농이라 할 수 있는 (주)오류농장을 찾아 우리나라 기업농의 현장과 풀어야 할 숙제를 살펴본다.
김포읍에서 서쪽으로 11㎞ 떨어진 검단면 오류리 85만평간척지에 자리잡고 있는 오류농장. 옅은 안개까지 겹쳐 끝을 분간할 수 없는 광활한 들녘에는 평온과 여유가 배어 있다. 농장 한귀퉁이의 사무실에는 여느 중소제조업체처럼 관리직원 3명이 장부를 뒤적이고 있고 사무실 바로 옆의 도정공장에서 일하는 3∼4명의 인부만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을뿐이다.
오류농장의 상근직원은 관리직원을 포함, 2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평균 70만원가량의 월급에 4백%의 상여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중고생 자녀학자금지원, 의료보험 및 국민연금등 여느 기업체에 못지 않은 종업원복지책들이 마련돼 있다. 여름철에는 상오8시부터 하오6시까지 일하지만 해가 짧아진 요즘은 하오5시면 작업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퇴근한다.
트랙터 컴바인 고성능분무기 이앙기등 각종 농기계, 하루1백톤 건조능력을 갖춘 건조기 14대, 보관능력 1천3백톤(50㎏들이 2만6천가마)의 대규모 저장창고, 1일 16톤의 처리능력을 지닌 자체도정공장 및 쌀포장시설…. 이러한 모든 장비와 시설들이 한알의 볍씨가 맛좋은 쌀로 성장할때까지 전과정을 인력을 최대한 절감하면서 농장내에서 자체처리할 수 있게끔 해준다. 올해부터는 도매업 허가를 받아 소매상과 직접 거래함으로써 판매까지도 스스로 해결, 수익을 높이고 있다.
오류농장은 국내 식량사정이 극도로 어려웠던 시절인 76년 기업인을 중심으로 한 27명의 주주가 출자, 설립한 「회사」다. 2년여의 간척사업끝에 79년부터 본격적인 쌀생산에 돌입, 해마다 생산량을 늘려온 오류농장의 올해 수확량은 1만5천섬(50㎏들이 3만가마). 3백평당 쌀생산량은 평균 4백㎏수준으로 일반농가의 집약적농업방식과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거의 같다. 반면 전과정의 생산단가는 일반농가의 65%수준이다. 일반농가의 80㎏들이 쌀 한가마당 생산비가 6만8천원인데 비해 오류농장은 4만4천원으로 쌀 한가마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쌀은 색과 맛이 뛰어난 「추청(아키바레)」품종으로 「김포간척지 청결미」라는 상표를 달고 주로 경기 인천지역의 소매점 슈퍼 백화점에 공급되고 있는데 여주·이천쌀과 더불어 최고의 쌀로 인정받아 소매점에서 20㎏당 3만2천∼3만4천원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오류농장은 3년전부터 모내기 제초 추수등 주요작업은 연간 3억∼4억원을 주고 인근 2개면의 위탁영농단에 맡기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비용절감과 생산성향상을 위해 다시 모든 농사를 직원의 손에 맡기기로 하고 농고 및 농대출신 고급농업인력을 모집중이다. 전체 농장을 7개지역으로 나눠 3인1조의 「정예부대」 21명을 투입, 책임영농을 실시하겠다는것이 이 농장 권사장의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초봉 90만원수준을 보장하고 목표생산량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탄탄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농을 육성하기에는 현재의 제도와 법률에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것을 오류농장사람들은 지적한다. 일반 기업들은 토지나 공장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농지는 담보로 설정할 수 없어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농민은 농지세 부담이 거의 없으나 법인은 이익이 6천만원 이상이 되면 이익의 55%를 농지세로 내야 한다. 기업농은 말 그대로 기업과 농민의 중간에 끼인 어정쩡한 존재가 돼 기업으로서의 보조도, 농민으로서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이 농장 김희수전무는 『기업농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돼 있는 현재의 제도나 법률만 정비해도 생산단가를 훨씬 낮춰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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