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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와 문화상품/「문화주권」 지키기 눈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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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와 문화상품/「문화주권」 지키기 눈돌려야

입력
199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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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C 영화개방논쟁 강건너 불 아니다 유럽의 문화상품시장개방논쟁은 우리자신에게도 밀어닥칠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1주일 10%선 안팎을 차지하는 텔레비전의 외화방영시간, 그리고 극장의 스크린쿼타제를 언제까지 지켜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한 미국등 선진각국의 저작권관리가 엄격해짐에 따르는 대비책도 필요할 것이다.

 「쌀」이 온통 한국땅을 뒤덮고 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미국의 맞수인 유럽에서는 농산품문제가 해결돼 가고 있으면서 또 하나의 걸림돌로 씨름이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문화상품」시장의 완전개방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공동체(EC)의 싸움이다. 이 씨름에서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교훈과 경고의 소리를 듣게 된다.

 미국과 EC의 싸움은 문화도 「상품」으로 취급돼야 한다는 입장과, 그 이상의 정신적 정체성(정체성)의 기반이라는 생각의 대결이다. 미국이 「상품」으로 보는데 대해 EC각국은 사고 팔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보는 입장이다. 『유럽의 문화, 유럽의 전통·언어등이 물밀듯 밀려오는 미국 할리우드제품의 홍수에 빠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EC집행위원회의 커뮤니케이션담당위원장 데우스 핀헤이로의 경고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클로드 베리도 말했다. 『만일 가트협상이 제안된대로 된다면 유럽문화는 끝장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적 정체성 방어가 필요하다』

 미국과 EC가 싸우는 핵심은 문화상품중에서도 영화와 비디오다. 프랑스의 체신장관 알랭 카리뇽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영화는 상품으로 다룰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드파르듀도 『문화는 통상의 예외적존재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영상제품무역의 싸움은 EC가 실시하고 있는 쿼타제와, 프랑스의 영화산업보조금에 관한 것이다.

 EC는 역내 텔레비전방송지침에서 「방송시간의 50%이상」을 역내제작 필름으로 채워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프랑스는 「60%이상」으로 올려놨다.

 또 하나의 문제는 프랑스정부가 영화산업에 주고 있는 보조금이다. 프랑스는 텔레비전방송사와 영화관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영화진흥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국내영화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할리우드의 영화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한술 더 떠서 영화시장의 86%를 미국영화가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트가 요구하는 대로 정부보조와 쿼타제를 철폐한다면 『10년안에 모든 영화와 영상·음향프로그램은 미국 제품화할 것』이라고 프랑스의 투봉문화상은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4천4백여명의 EC영화인들은 최근 유럽의 주요신문 광고를 통해 영화산업보호를 주장했다. 『미국 영화사들의 목표는 유럽시장을 완전 정복하는 것』이라는 항의다.

 미국과 EC의 이 싸움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아마도 EC가 규정하고 있는 쿼타제도를 현재의 선에서 동결하고, 프랑스의 보조금을 승인한다는 전제밑에 시장을 개방하는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는 유럽의 문화전통방어논쟁에서 중대한 교훈에 눈뜨게 된다. 미국의 문화상품홍수는 불가피한 「숙명」이 아니라는 유럽인들의 문화적 자긍심이 그것이다. 유럽인들의 이 외침에서 우리는 그들의 「문화적 주권의식」을 본다.

 이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문화적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다. 스크린쿼타제를 지키고, 국산영화를 육성해야된다는 논쟁 이상의 문화적 주권의식에 눈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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