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기는 베이스캠프 260㎞ 지점”(걸어서 극점까지: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기는 베이스캠프 260㎞ 지점”(걸어서 극점까지:2)

입력
1993.12.11 00:00
0 0

◎삭풍과 사투… 하루30 진격/백야현상에 시력보호 최선… 겉옷엔 땀얼어 고드름 주렁주렁/패트리어트 힐(남극)=손태규·윤평구특파원  94한국남극점탐험대가 지구최남단 극점을 향해 순조로운 전진을 계속하고있다.

 허영호탐험대장과 패트리어트 힐  베이스캠프의 정길순대원과의 무선교신에 의하면 탐험대는 매일 25∼30씩을 걸어 10일하오 현재(현지시간 10일상오) 베이스캠프에서 2백60 지점에 있다. 

 탐험대는 계속되는 백야현상으로 대원들의 신체리듬에 이상이 생길것을 우려했지만 충분한 잠과 열량이 높은 식사로 현재까지는 아무이상이 없다고 보고해왔다. 행군속도는 처음 예상보다 다소 떨어진 하루 25 정도. 해발 7백80의 베이스캠프에서 해발 2천의 고지대에 이르기까지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일부터는 평탄한 빙원으로 나서기 때문에 하루 30의 예정속도를 되찾게된다.

 탐험대가 패트리어트 힐에 가지고 간 짐은 식량2백30㎏, 장비 7백㎏등 모두 1천여㎏에 달한다. 극점정복에 이어 남극최고봉 빈슨 매시프 등정에 이르기까지 2개월이상 남극에서 먹고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두께 2천가넘는 얼음위에서 영하 20∼40도의 혹한, 초속 20∼30 강풍과 사투를 벌여야하는 탐험대원들에게 이 식량과 장비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물량이다. 개썰매를 이용하지 않고 중간보급기지나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보급 없이 대원들이 직접 1인당 1백20㎏의 물자를 실은 썰매를 끌고 3천5백리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짐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것이다.

 식량과 장비는 극지에서의 활동을 위해 오랫동안 실험과 시험을 거쳐 특수하게 만들어진것이 대부분이다.

 우선 내의와 겉옷은 모두 스포츠용품으로 개발된 화학섬유제품이다. 일상생활에는 면제품이 좋지만 면은 땀에 젖으면 마르는 시간이 길어 체온으로 빨리 건조되는 폴리 플라피렌, 폴라 폴리스, 고어텍스제재의 내의와 재킷을 입는다.

 윈드재킷은 걸을때 몸에서 내뿜는 땀을 잘 내보내기 위해 겨드랑이 넓적다리 부분등 곳곳에 지퍼를 달아 수시로 통풍조절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옷들은 모두 홑겹이다. 내피가 달린 겹옷은 하루종일 걷다보면 땀이 차 그사이에 얼음조각이 가득 쌓인다.

 혹한 속에서 종일 걸어야하므로 발이 가장 중요하다.대원들은 옷과는 달리 땀이 배출되지않도록 비닐양말을 맨먼저 신는다. 땀이 배출되면 양말 둘레에 얼음이 생겨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 위에 방한양말을 덧신고 역시 홑겹의 고어텍스로 만든 방한화를 신는다.

 얼굴부분은 가장 심하게 바람에 노출되므로 우선 눈만나오는 목출모(목출모)를 쓴다. 그위에 윈드재킷에 달린 모자를 덮어쓰는데 얼굴둘레에 늑대털이 붙어있다. 늑대털은 동물의 털중 방한성이 가장 뛰어나다. 얼굴에 몰아치는 바람을 순환시키는 대류작용을 통해 동상을 막는다. 북극 에스키모들이 쓰고있는 모자에 달린것이 바로 늑대털이다.

 장갑은 보온소재인 인슐레이트로 특수제작된것이다.  손바닥부분에만 가죽을 댔다. 썰매를 끌고 스키 스틱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어느 부위 못지않게 중요한것이 손이다. 지난해 일본탐험대는 장갑을 잘못만들어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한다.

 극점탐험대원 4명은 한텐트에서 함께잔다. 이텐트는 내피와 외피사이 5㎝의 공기층이 있어 보온작용을 한다.  어느쪽에서 바람이 불어와도 견딜 수 있도록 6각형으로 제작됐다. 소재는 고어텍스.

 텐트바닥에 까는 매트리스는 가장 중요한 장비다. 2두께의 얼음위에서 자려면 밑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아야한다. 아무리 좋은 침낭이라도 매트리스가 안좋으면 소용이 없다. 탐험대가 사용하는 매트리스는 폼(Form)소재로 11㎜두께의 2장이다.

 침낭은 머리카락굵기의 콸로필 섬유제품이다. 사방에 7개구멍이 뚫려 보온·건조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체온과 바깥공기의 차이때문에 내부에 반드시 성에가 생긴다. 이것을 막기위해 발처럼 온몸을 비닐로 감싸고 침낭안에 들어가야한다.

 탐험대는 이 많은 식량 장비를 썰매에 실어 끌고간다. 썰매는 허영호대장이 그간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설계하고, 경남 밀양의 군수산업체인 한국화이버에 의뢰해 만든것이다.

 길이 2 너비 60㎝크기의 이 썰매 바닥은 캐몰라라는 섬유소재로 돼있어 절대 깨지지않는다. 옆면은  비행기 동체용으로 쓰이는 허니컴 소재다.

 이 썰매는 화재 강풍등으로 텐트가 없어지는 상황에도 대비한 다목적제품이다. 썰매 덮개안에 침낭만 갖고 들어가면 몸이 그대로 쏙 들어가 비상숙영도 가능하다.

 스키는 밑바닥에 씰을 붙여 뒤로 밀리지 않도록 돼있다.

 탐험대는 크레바스등 위험지역을 알수있는 위성지도도 갖고 떠났다. 하지만 이 지도상으로도 숨어있는 크레바스까지는 찾을 수 없다. 경도·위도측정기 나침반 무전기 온도계 고도계 기압계등도 주요장비다.

 잠잘 때만 빼놓고 대원들은 텐트 안에서도 자외선 차단용 고글을 써야한다. 하루종일 백야현상이 계속되므로 자칫하면 시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

 대원들은 취사를 위해 버너를 3대 갖고갔다. 버너는 극지에서 자동점화가 되지않기 때문에 대원들은 1회용라이터 20개와 물에 젖어도 켜지는 비상성냥을 휴대하고있다. 휘발유70ℓ를 담은 연료통과 1.5ℓ소변통도 필수품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