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의원들 개방항의 가트본부앞 삭발시위/임 차관보 미공항서 비행기 바꿔타기 소동○도중 회담일정 변경
○…한미양국의 차관보급 고위실무자회담 개최가 8일상오(현지시간) 전격 결정되면서 이날 아침 일찍 미국 위싱턴으로 떠났던 림창렬재무부차관보가 공항에서 바로 다른 비행기로 바꿔타고 제네바로 복귀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림차관보는 미국과의 금융정책협의등을 위해 미리해둔 약속이 있어 미국으로 떠났으나 뒤늦게 고위실무자회담개최가 결정됐고 본국으로부터도 협상대표단 전원잔류 지시가 떨어져 공항에 나와 있던 미대사관 재무관의 연락을 받고 되돌아온것.
이 때문에 쌀개방을 막기위한 「특별임무」가 있었던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정작 림차관보의 카운터파트너격인 셰이퍼미재무부차관보는 제네바에 남아 있는것으로 밝혀져 림차관보의 「특별임무」는 사실이 아닌것으로 판명. 이번의 한미 고위실무자 회담은 미국측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협정서명까지 했다”
○…쌀개방 항의를 위해 제네바를 방문중인 김영진의원(민주)은 8일 제네바대표부의 기자회견장에서 『트란 반 틴EC대사가 「한국과 미국사이에 11월말 쌀개방문제에 대해 합의했고 양국 대표대사가 협정서에 서명까지 했다」는 말을 한일 농촌출신의원들에게 했다』고 주장.
김의원은 이날 조순승의원등과 함께 트란대사를 방문, 마쓰오카 도시카스등 의원들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쌀개방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는데 김의원은 『한국과 미국이 비밀협상을 통해 쌀개방에 이미 합의했다는 사실은 현정부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단히 중요한 일로 일정을 단축해 서울로 돌아가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흥분.
조의원도 보충설명을 통해 『내가 들은 기억으로는 양국대표가 합의해서 사인했다. 그 대표는 정부대표라고 말했다. 그가 누구냐고 물으니 외교관으로서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사인」이란 말이 있었다고 주장.
이에 기자들이 대화를 녹음했냐고 묻자 『녹음을 했으나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뒤늦게 한 기자가 녹음한 테이프를 조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수십번 반복해 들어가며 해당부분을 찾는 소동을 빚기도.
녹음된 내용으로는 주로 일본의원들이 미국과 일본간의 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느냐, 언제 어떤 경로로 알았느냐는 질문을 던진것으로 확인.
이에 대해 허승제네바대사는 『서명이나 합의는 분명히 없었을것』이라며 『트란대사가 무슨 취지로 어떤 말을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력히 부정.
○태극기 걸고 농성 돌입
○…김의원등은 『11월말에 쌀개방에 합의했다는것은 한미정상회담과도 연결된다』며 『뒤늦게 정부 고위대표단을 보낸것은 국민을 기만한것이며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표부에서 철야농성을 하겠다』고 발표.
의원들은 대표부회의실에 태극기와 쌀개방반대 구호를 걸어놓고 농성에 들어갔다.
○트란대사는 공식 부인
○…한편 트란대사는 9일 자신이 그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
트란대사는 이날 상오 한국주재 EC대표부로 보낸 메시지에서 『본인은 8일 한국 및 일본의원단을 만나 한국과 일본이 UR협상에서 쌀문제에 관해 미국과 어떤 양해에 도달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는것을 알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으나 그 내용이나 날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
그는 이어 『본인은 동 합의가 UR협상의 종결을 위한 긍정적 요소라고 간주하며 UR협상에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사항은 농산물의 관세화문제』라고 언급.
○“가트에서 커트했다”
○…GATT를 항의방문한 국회의원중 김영진(민주·전남강진) 조일현의원(국민·강원홍천)은 9일상오10시30분 GATT본부 현관 바로 옆에서 쌀개방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로 삭발을 강행.
두 의원은 국창근전남도의회의장이 태극기를 들고 서있는 가운데 가위로 서로의 머리를 깎았는데, 경비원이 제지하자 정문밖으로 나와 삭발을 끝냈다.
김의원은 『GATT가 강대국의 일방적인 횡포로 쌀개방을 강요하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와 이를 막지 못한데 대한 속죄의 뜻에서 삭발키로 했다』고 말했으며 조의원은 『가트(GATT)에서 커트(CUT)했다』고 언급. 두 의원의 삭발장면은 외국TV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조순승의원이 삭발의 의미를 외국기자들에게 설명. 조의원은 특히 김의원이 닷새째 물만 먹는 단식중임을 강조했다.
한편 야당의원들은 『김영삼대통령이 이미 쌀개방의사를 밝힌 이상 더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이날 하오 파리를 거쳐 귀국할 예정.【제네바=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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