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 음반판매량 최악/10대편중·1회성 음악만 판쳐 올해 가요계는 전반적으로 침체와 혼란을 거듭한 한해였다. 음반 판매량이 극히 저조해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을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흐름이나 발전보다는 기존의 음악들이 무질서하게 뒤얽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서는 「93년은 단군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가요계 전체가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침체와 혼란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실명제등의 영향으로 작년 3월이래 계속된 음반시장의 불경기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로는 누누이 지적돼온 가요의 10대 편중을 들어야 할것이다. 방송, 특히 TV쇼프로그램이 10대 위주로 만들어지면서 랩 댄스 음악이 가요의 전부인양 되었고 반짝인기를 노린 1회성 음악이 난무해 가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여름 이후로 방송에서 정책적으로 랩 댄스 음악을 멀리하고 쇼프로를 줄인데다 갑작스레 70년대풍의 복고를 지향하고 있는것도 혼란을 가중시킨 원인이다. 또 잇단 표절판정과 약물복용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점도 무시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몇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을 지적할수 있다.
신승훈의 「널 사랑하니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는 불경기속에서도 1백만장 이상 팔렸고 015B 김건모 김종서 한동준 이승환의 2,3집도 예년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올해 두드러진 신인이 없었다는 점과 함께 가요가 하나의 흐름으로 몰려가는 속에서도 점차 그 폭이 넓어져가고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즉 10대들로부터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2,3집까지 들어가며 랩 발라드 록등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20대 이상의 팬층이 형성되어가고 있다는것으로 해석할수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또하나 중요한 사실은 올 초반의 언플러그드 붐과 더불어 성인가요라 불릴만한 몇몇 곡들이 10대 편향의 풍토속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 사실이다. 공감대 측면에서 보면 올해 최대의 인기곡인 김수희의 「애모」를 비롯, 아이디어의 승리인 이무송의 「사는게 뭔지」,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등이 주된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지만 가요의 폭을 넓히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에따라 가요관계자들은 내년에는 가요의 폭이 좀 더 넓어질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랩 댄스등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겠지만 발라드 록 트롯 포크 언플러그드등 다양한 흐름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 될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TV의 영향력 축소로 상대적으로 라이브 무대가 활발해질것으로 보인다. 동아기획의 김영사장은 『내년에는 시장뿐 아니라 가요의 폭도 좀 더 넓어질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TV의존에서 벗어나 라이브로의 의식전환이 이루어질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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