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는 위대한 사람이 많습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훌륭히 대통령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을 맡았고 그 직무를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52년4월 미국 트루먼대통령이 미국신문편집인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이 대담에서 트루먼은 대통령직을 「책임전가가 끝나는 곳」이라했다. 「정책결정을 하고 정책을 선도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한다.
루스벨트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을 승계받은 트루먼은 취임당시 「루스벨트의 신발속에 있는 조그만 사람」의 이미지였다. 당시 뉴욕타임스지의 평이다.
그러나 트루먼은 더할 수 없이 열심히 일했고 원폭투하결정과 한국전쟁발발즉시 미군파병등 수많은 용기있는 결단들을 내렸다.
그는 위기속에서 행동해야할때 더욱 더 안정되고 단호했으며 결정할 것을 미루면서 「만일…」 「그러나…」하는 우유부단을 아주 싫어했다는 것이다. 30년대부터 70년대중반까지 미국대통령을 지낸 7명의 대통령중 재임중 인기도가 최고(87%)와 최저(21%)를 기록할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던 트루먼은 사후에 훌륭한 대통령 5명의 반열에 서게됐다. 링컨대통령 다음으로 꼽히기도 한다.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나라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막연한 정의의 구현보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유익한 것을 해주기 바란다. 그것은 그들에게 개별적으로 희망이 될 수 있고 두려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어주어야 하고 그러한 기대감이 국민들의 실제생활에서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끊임없이 통찰해야한다. 반대로 대통령은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국민들이 과잉기대케해서는 안된다. 대통령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어려움을 국민들이 과잉의존케했다가는 결국 리더십이 엄청난 손상을 받게되는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김영삼대통령은 「쌀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에 관한 특별담화를 하면서 『개방불가약속을 지키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의 말을 5번이나 되풀이했다. 국민들에게 과잉기대감을 준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정치현실에서 통치자든, 앞으로 그자리를 위해 뛰는 지도자든, 여타의 대소지도자들은 김대통령이 겪은 그 쓰라린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6공출범전 노태우대통령후보가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허망된 기대감을 부추겼다가 대통령이 된후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을 치렀던 일도있다. 그러나 그때는 직접피해자가 없어 어물쩍 넘어갔고, 그래서 교훈의 기회마저 제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민족공동체의 명운을 책임진 지도자라면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부추길때도 분별력이 있어야한다. 국민들의 욕구불만과 좌절감을 적절하게 조절할수도 있어야한다. 위기상황을 모면키위해 헛된 꿈을 불어넣어 줘서도 안되고 재임기간의 인기유지를 위한 정책개발만해도 안된다. 장기적인 국가경영전략상 꼭 필요한 일이라면 반대여론도 무릅쓸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력사가 기억해주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쌀시장개방에 대비하는 농업살리기전략을 세움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농업을 살릴 수 있는 실현가능한 계획을 짜서 빨리 실행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농민들이 극도로 분노하고 있으며 국민들이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는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현성이 희박한 허황된 농업전략을 제시, 과잉기대감을 또다시 부추겨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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