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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볼모가 되면/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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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볼모가 되면/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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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태국등 동남아신문들은 우리나라의 쌀수입반대시위를 사진을 곁들여 연일 주요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쌀개방문제에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주요쌀생산지이며 국민들의 주식이 쌀인 인도차이나반도국가를 포함한 모든 동남아국가들은 쌀에 관한한 느긋하다. 미국에 이어 태국과 베트남이 각각 세계2,3대쌀수출국이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등 다른 나라도 벼의 2모작이 가능한 데다 인구에 비해 땅도 넓어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 인도를 포함, 쌀이 주식인 아시아권은 소득수준마저 낮아 쌀값이 국제시세에 비해 워낙 싸 쌀개방압력에 관한한 무풍지대이다.

 한국과 일본은 쌀개방의 최대피해자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쌀개방을 치밀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에 설사 식량이 안보무기화 한다고해도 대처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아시아지역에서 쌀시장개방으로 유일하게 큰 타격을 입는 나라는 한국뿐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에게 쌀개방은 경제적 측면뿐아니라 생존마저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다. 쌀한톨 나지않아 모든 식량을 수입하는 싱가포르의 예를 보면 그 심각성을 예견케한다. 싱가포르의 국내산쌀값이 80㎏들이 한가마에 12만원선인데 비해 호주산쌀은 5만5천원상당으로 반값이하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민모두가 먹거리에 볼모가 될 지도 모른다는데 있다. 지난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 싱가포르국민들은 즉각 쌀과 라면등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패닉」현상을 보였었다. 따라서 우리도 쌀을 개방했을 경우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따라서 국제쌀값등락, 경제제재조치, 전쟁발발등 주변정세변화에 따라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하게 될것은 뻔한 일이다. 주변지역에서 해상봉쇄나 전쟁발발등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식량공포」를 가상해 보며 쌀개방난국의 극복을 위한 각계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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