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컸던 목청 국내외 숱한 난제에 주눅/실업률 7%… 소말리아선 소득없는 전투 「변화의 시대」를 연 93년이 저물어간다. 소말리아사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화해, 일본자민당의 일당지배체제 붕괴, 옐친의 의사당포격,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등 변화의 물결은 93년 한해를 차고 넘쳤다. 변혁의 흐름을 주도해온 주요인물을 중심으로 93년의 지구촌을 되돌아본다.【편집자주】
93년을 보내는 백악관주변은 유달리 한산하다. 백악관의 주요 출입구인 동문과 서문에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갖가지 크리스마스장식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지만 쓸쓸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어려운 때에 백악관의 주인이 돼 1년을 보냈다. 부시전대통령은 냉전 승리자를 자부하면서 『하나 남은 유일한 강대국으로서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외쳤지만 클린턴은 국내문제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업창출, 의료보험개선, 군내 동성연애자권리인정등 국내문제해결의 해로 93년을 선전했던 그는 해를 넘기기 직전까지 국내문제를 거의 해결하지 못한채 수많은 국제문제에 부딪쳐 자신의 왜소함만을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북한문제를 다루면서 『이제 뭐가 문제인지 알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년 적대관계를 제쳐두고 북한과 고위회담을 갖는등 지난 1년간 외교적 흥정을 해왔으나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클린턴의 자존심은 소말리아에서도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군벌지도자 모하메드 아이디드를 체포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결국은 그를 소말리아의 정치권에 다시 불러들이고 젊은 군인의 피와 미국인의 세금만 축낸뒤 소말리아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이티의 경우 망명대통령 아리스티드를 11월15일까지 대통령직에 복귀시키겠다는 군부의 약속을 얻어내고도 약속을 이행시키지 못한채 할 일없는 해안봉쇄조치만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구 소련에 대해서도 옐친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낸것외에 별다른 대안없이 구 소련권의 엄청난 핵무기와 얽히고 설킨 민족전쟁이 현실문제로 부상할까봐 걱정만 태산같이 하고 있다.
국내상황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은 여전히 7%내외를 맴돌면서 경기는 침체에서 헤어날줄을 모르고 있다. 한가지 희망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의회를 통과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NAFTA통과로 경쟁력있는 자국상품이 멕시코시장을 파고들어 적어도 향후 5년간 1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UR협상을 성사시켜 향후 5년간 2백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3조달러의 국민총소득 증가를 노리고있다.
미국이 어려웠던 시절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였다. 1차대전이후 대공황이 따라왔고 2차대전을 이긴후에는 전쟁준비를 풀었다가 한국전쟁을 만나고 월남전을 만나 고전하는 신세가 됐었다. 냉전승리는 거대한 승리였다. 흔히 전쟁을 이긴 대통령은 차기 선거에서 패배했다. 클린턴은 그런 시대흐름을 타고 「새 시대의 별」로 백악관위에 떠올랐던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전쟁의 그늘에 묻혀있던 가난·범죄등의 국내문제와 이데올로기에 가려져있던 종족분쟁, 무역전쟁의 험한 길을 비추기에는 클린턴의 별빛은 힘이 모자랐다. 클린턴은 아마도 새해에 국제문제로 눈을 돌려 뒤엉킨 문제들의 일괄타결을 모색할것이지만 이미 노출될대로 노출된 각종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냉전시대의 거대한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게 됐다. 그는 보다 소규모이고 다양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영웅아닌 중재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온힘을 모아야 할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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