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복권 “후계체제 확고” 반증/김달현 승진누락… 문책가능성도 북한은 9일 최고인민회의 개막에 앞서 당중앙위 전원회의의 보고를 통해 경제정책의 실패를 처음으로 시인한뒤 「무역 제일주의」를 표방, 개방속도가 빨라질것임을 천명하는 한편 김영주전당조직부장을 복권하는등 당·정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북한 권력체계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임박해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북한 노동당의 결정은 핵문제를 포함, 전국가적 노선의 전환마저 시사하는 것으로 보여 크게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것은 47년 경제계획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강성산정무원총리가 낭독한 것으로 알려진 당중앙위 전원회의 의 경제문제보고에서 3차7개년계획의 실패를 시인한뒤 『앞으로 2, 3년간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완충기로 하고 이기간에 농업제일주의, 경공업제일주의 무역제일주의 등의 3대제일주의 전략방침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무역에 최대우선순위를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핵문제의 완결없이 무역을 확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문제를 멀지않아 마무리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87년부터 시작,올해로 종료되는 제3차7개년계획기간중 공업총생산을 1.9배 증가시킬 계획이었으나 1.5배증가에 그쳤다고 자체평가했다.이를 역산하면 연평균 증가율이 5.6%가 되고 달성률이 76.8%가 되나 통일원의 분석으로는 목표치의 40% 정도가 달성됐을 정도라는것.
이번 당보고는 『인민경제 모든 분야에서 수출품생산기지를 확대강화하고 대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 대외무역발전의 새로운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에따라 북한은 개방속도를 빨리해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의 개발과 무역외교에 크게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고중 아직도 자립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많아 대폭개방보다는 체제유지의 틀속에서 한정적이고 순차적으로 개방노선을 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한은 지난10월 토지임대법, 11월 외국인투자은행법, 지난7일 외국인출입규정을 잇달아 제정하는등 개방을 위한 제도정비를 서둘러왔다.
○…김영주가 북한의 사실상 최고결정기구인 정치국의 위원으로 등용된 것은 가족내의 갈등요인이 없음을 과시하는 한편 김정일후계체제를 보장하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7월27일 북한의 전승기념일 40주년행사에서 18년만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당서열 10위이며 정치국원인 전병호당비서 다음으로 거명돼 이미 정치국원등용이 예견됐다. 9일 전국 공산주의 미풍선구자대회 접견보도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오진우인민무력부장 강성산총리 이종옥부주석 박성철부주석다음에 호명돼 권력서열7위로의 부상이 확실시 되고있다.
김일성의 친동생이며 한때 북한의 제2인자로 62년당조직부장, 70년당비서가 된뒤 72년에는 이후락중정부장과 두차례 회담하는등 남북조절위원회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73년부터 시작된 친족간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74년정무원부총리로 전보되고 76년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었다. 그는 축출후 정신질환과 혈액순환계통의 신병을 앓아왔다.
○…7일 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에서 해임된 김달현은 이번 정치국원승진에서 누락돼 총리승진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는 미풍선구자대회 접견인사들의 호명순서에서도 빠져있어 승진보다는 수평이동 또는 문책됐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새로 보선된 당중앙위 위원9명중5명, 후보위원7명중4명이 군출신이고 나머지는 기술관료여서 향후 권력구도에서 이들 군인맥의 비중이 높아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개최시기와 내용에 관해 혼선을 빚던 당중앙위전원회의 제6기21차회의는 이로써 공식적·대외적으로는 8일 개최된 것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통일원관계자는 『회의결정내용의 방대함으로 볼 때 시기적으로 훨씬 이전에 회의를 연뒤 발표시기를 최고인민회의 직전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또 김정일의 당총비서직 이양은 훗날로 미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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