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한 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데 대하여 그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앞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쌀시장개방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대국민사과담화에 대해서 우리는 일단 이를 수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약위반을 진솔하게 시인하고 국민에게 진사하는것도 지도자로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과오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정치인이다.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만은 없다. 김영삼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던것은 대통령선거전이 한창 치열했던 지난해 11월이었다. 득표가 뭣보다 급했던 그로서는 당선후에 따를 책임을 따져볼 겨를이 없이 쌀시장개방 절대불가를 공약했을것이다.
더욱이 오는 12월15일을 시한부로 하고 있는 이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추이로 보아 한국으로서는 쌀시장개방 불가의 고수가 불가능했다는것은 상당히 사실에 가까운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쌀시장개방 문제가 정쟁으로 비화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가 할일은 김대통령의 말대로 『힘을 합해 개방에 대비』하며 『농촌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개조하는 일』이라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대통령에게 현시점에서 가장 중대한 과제는 신뢰의 회복이다. 취임 첫해인 올해 사정등으로 「깨끗한 정부」의 정착에 상당한 성과를 가져온 그는 서정쇄신차원에서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제회복」 즉 경제의 경영면에서는 아직 미지수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의 취약점인 경제의 운용에서 국민들의 회의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김대통령으로서는 경제운용에 관한한 재계는 물론 일반의 신뢰를 미처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쌀시장개방으로 농민과 농촌의 전통적인 대정부불신이 심화되는 국면을 맞이한것이다.
김대통령의 대농민신뢰회복은 바로 「농촌의 획기적인 변화와 개조」에 있는것이다. 이것은 바로 농촌과 농민에 대한 제2의 공약이다. 김대통령은 ▲농어촌구조개선사업조기완료 ▲농산물개방과 관련된 이익의 농민환원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이익의 농촌환원 ▲농가보상 ▲농지등 농업관련제도와 구조의 개혁등 종합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에는 전시를 위한 대책이 아니라 실현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것을 강조하고 싶다. 21세기의 한국농촌, 농촌경제, 농민·농업을 위한 대책이 돼야하는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을 세움에 있어 이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편의주의는 제거돼야겠다. 그것이 또한 김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수사적인 사과가 아니라 진정한 사과임을 입증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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