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 금융비용 우리 12%-일 3%/기술·마케팅 투자여력안생겨 허덕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동안 엑셀 2만1천7백63대를 미국시장에 팔았다. 미국에서 엑셀의 판매가격은 대당 7천1백90달러. 현대가 이 기간에 미국에 엑셀을 팔아 벌어들인 돈은 모두 8백83억2백만원이다. 현대자동차는 이중 7억4천9백만원을 금융비용으로 지불했다. 대당 금융비용은 3만4천4백15원(42.56달러).
미국시장에서 엑셀과 동급차종인 일본 도요타의 터셀은 현지시장에서 대당 8천6백98달러에 판매된다. 가격만으로는 현대의 엑셀이 21%가량 싸다. 도요타는 그러나 가격경쟁력의 열세를 품질과 브랜드로 이겨내고 있다. 또 엑셀이 미국시장에서 터셀을 따라온다 싶으면 막바로 가격을 내려 엑셀의 추격을 저지할 수 있는 여력을 비축해놓고 있다. 저금리가 뒷받침된 자본력때문이다.
도요타가 올 상반기동안 터셀 1백72만1천2백대를 팔면서 투입한 순금융비용은 마이너스 1천3백38억8천3백만엔(현대자동차산업연구원 분석). 도요타는 터셀 한대를 파는 과정에서 금융부문에서만 2만3천8백90엔, 2백26.77달러의 이익을 미리 챙기고 있는것이다. 도요타의 금융비용이 마이너스인것은 사내 유보자금을 활용한 이자수입이 4%대의 저리로 융자한 자금의 이자지급분보다 많기 때문이다. 엑셀이 대당 42.56달러라는 부담을 안고 비포장길을 덜거덕거리며 달려야하는 반면 터셀은 출발부터 2백26.77달러의 여유를 갖고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출액 대비 순금융비용부담이 0.75%에 불과한 현대자동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기아자동차(순금융비용 4.07%)나 쌍용자동차(7.58%)등은 매출액대비 순금융비용이 마이너스 1.48%인 도요타와 아예 비교할 수조차 없다.
대우전자는 VCR를 생산하는 영국 듀크공장에서 가동 1년만에 흑자를 냈다. 대우전자가 89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을 1년만에 흑자로 운영할 수 있었던것은 국내와는 비교가 안되는 낮은 생산비용때문이다.
대우전자의 듀크공장이 가동에 들어가기까지 투입된 돈은 2천만달러. 이중 대우가 국내에서 들고간 돈은 5백만달러였고 토지와 건물은 영국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영국정부는 또 대우전자가 설비를 구입하고 공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금 1천5백만달러를 연리 6%로 융자해줬다. 특히 이중 절반이상의 자금은 20년동안 분할상환하는 정책자금이다. 대우전자가 국내에서 이같은 투자를 했다면 땅값과 금융비용, 감가상각등을 고려할때 아무리 호황을 누리더라도 흑자로 전환하는데는 최소 5년은 걸렸을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금융구조나 외국의 저리금융시장구조로 미루어보면 국산제품이 외국제품과 경쟁한다는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금성사가 VCR 한대를 생산하면서 투입하는 금융비용은 원가의 12%인 반면 일본전자업체의 제조원가중 금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비디오테이프를 만드는 선경그룹 SKC의 실질금리는 연14%인데 비해 SKC가 해외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일본의 TDK는 4%, 미국의 3M은 6%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상품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제조원가, 마케팅력등의 종합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기술과 마케팅력이 부족한 국내기업들에 고금리는 경쟁력약화를 촉발하는 「악순환고리의 매개」가 된다. 높은 금융비용때문에 기업의 이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고 자기자본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는 기업은 다시 고리의 자금을 빌려 투자도 하고 기술료를 지급하며 마케팅에도 나서야한다. 높은 금리때문에 회임기간이 길고 성공여부도 불투명한 자동화나 연구개발투자에는 엄두를 못내는것이 대부분 국내기업들의 현실이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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