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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 박치기 스타/김일/일서 외로운 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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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 박치기 스타/김일/일서 외로운 투병

입력
199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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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주선한 이노키 잠적… 서민병원 신세/몸 쇠약해도 “챔프긍지는 여전”【후쿠오카(복강)=유승호기자】 박치기의 명수였던 왕년의 인기 프로레슬러 김일씨(64)가 이국땅 일본의 한 서민병원에서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고있다.

 박삼중스님(53·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비사주지)과 기자가 지난7일 일본후쿠오카시히가시구 나카무라(중촌)병원으로 찾아갔을때 김씨는 수척하고 기력이 떨어진 몸이지만 전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으로서의 긍지는 잃지않고 있었다.

 박삼중스님은 고혈압과 신경쇠약, 신장병등 병고에 시달려온 김씨가 국내에서 치료비마련이 여의치않아 력도산문하의 후배인 일본프로레슬링스타 안토니오 이노키(저목)의 도움으로 지난5월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를 돕기로 결심했다.

 재일한국인이었던 고 력도산은 한일 두나라 프로레슬링계의 대부로 김씨와 이노키등의 스승이었다.

 지난2월 스포츠평화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은 이노키는 선배이자 과거 라이벌이었던 김씨가 어렵게 투병중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 일본으로 김씨를 초청, 후쿠오카의 일류병원인 도고(동향)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러나 이노키가 밀수등에 관련돼 잠적한뒤 김씨는 일본의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월 1만엔씩 국고보조금을 지급해가며 무료로 치료해주는 나카무라병원으로 옮겨져 다른 일본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병마와 싸우고있다.

 한달 30여만엔인 병원비는 김씨의 올드팬들이 내는 성금으로 겨우 충당하고 있다. 박삼중스님은 『이국땅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며 『60년대에 「박치기」한방으로 일본선수를 뉘어 당시 어린이들은 물론 온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었던 분을 일본인들이 모시게해 송구스럽다』고 위로했다. 김씨는 『일본에 온뒤 한국인의 병문안을 처음 받게돼 부끄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며 『국민들이 나의 처지를 알면 실망할것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56년 역도산의 문하생이 되기위해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일본경찰에 구속, 역도산의 보증으로 풀려나 레슬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역도산의 지도로 6년여동안 수련한 김씨는 63년 WWA(세계프로레슬링)챔피언이 되어 귀국,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프로레슬링이 70년대들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씨는 수산업에 손을 댔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고혈압등 지병만 깊어갔다.

 김씨는 『고국으로 돌아가 조용한 절에서 여생을 보내는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삼중스님은 어린이들의 영웅이었던 김씨를 돕기위한 모금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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