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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그려진 “불황 먹구름”/93미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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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그려진 “불황 먹구름”/93미술계

입력
199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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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겹쳐 최고 60% 하락/그림값 제자리찾기 “˝전환점”/해외작가 귀국 회고전 활기·민중미술 새방향 모색도 올해는 세계미술시장의 불황이 끝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우리 미술계가 금융실명제 실시로 다시 한번 얼어붙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볼 때 이러한 과도기적 현상은 미술계의 창작 분위기와 시장구조를 더 합리화시키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한 해이기도 했다.

 8월부터 실시된 실명제로 인해 그 이후 화랑가에 찬 바람이 불었고, 예정됐던 많은 전시회가 연기·취소됐다. 그 가운데도 미술경기를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 젊은 작가와 일부 중진작가의 전시회들이 꾸준히 열려 나름대로의 문화적 분위기를 지탱시켜 주었다. 

 최근 「월간미술」지의 조사에 의하면 장기불황과 실명제 등으로 인해 일부 인기작가의 그림값이 작년에 비해 40∼60% 정도 떨어졌고 문을 닫는 화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잡지는 많은 미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림값의 제 자리 찾기와 미술품거래의 합리화」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어 올해를 꼭 비관적으로 봐야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

 올 전시회의 큰 특징으로는 손동진 김창렬 곽훈씨 등 외국에서 오래, 그리고 활발하게 활동해 온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고 김기창씨의 회고전 역시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어 화제를 모았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경주의 선재미술관도 칼더 조각전과 곽훈 회고전을 열어 고도에 현대적 감각의 향기를 불어넣었다.

 국내작가로는 김정헌 박운성 강연균 오용길 이두식 조부수씨 등 40∼50대 화가들과 그 보다 젊은 이석주 석철주 백순실 한명호 홍승혜 김호석 조덕현씨 등의 전시회가 끊이지 않았다. 

 외국 전시회로는 샤갈전, 휘트니 서울전, 로댕과 클로델전, 프랭크 스텔라전, 술라주전 등이 이어졌다. 그룹전으로는 「비무장지대 작업전」 「평화를 사랑하는 1백11인의 작가전」등 이채로운 주제전이 열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했고, 유사한 「동학 농민혁명 1백주년전」이 기획되어 94년 전시회를 가질 예정으로 활발한 준비작업을 벌였다.

 작업의 내용 상으로는 추상에 눌려 있던 구상미술이 서서히 기운을 회복하는 조짐을 보였고, 최재은 양주혜씨 등이 설치작업전을 열었지만 대체로 이 분야가 전년 보다 활발했던 것은 아니었다.

 문민정부를 맞은 올해는 그동안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던 민족·민중미술작가들이 감당해야 할 역할도 줄어들어 민중미술의 방향성을 새롭게 모색하는 움직임이 눈에 뛰었다. 또한 서예대전의 부정이 밝혀지면서 14명의 관계자가 구속되기도 했고, 「이중섭의 소그림」2점에 대한 진위여부가 화랑가를 소란스럽고 우울하게 했던 한 해였다.

【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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