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규제 그물로 싼외자도입 봉쇄/투기성 외국주식자금은 봇물 기형 21세기가 목전에 다가온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적 쇄국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금융과 관련된 각종 제도와 정책은 배타적인 쇄국의 그물로 이중삼중 얽어매여 있다.
금융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고립된 절해의 고도와 같다. 이 때문에 금융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부문보다 낙후돼 있고 금리는 세계적인 초저금리 추세와 동떨어져 만성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금리는 연12%대로 국제금리의 3배 수준을 웃돌고 있다. 세계의 모든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든 싼 외국 돈을 쓰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을 내세워 외국 돈줄을 꽉 쥐고 풀어주질 않고 있다. 해외자금조달에 관한한 물샐틈 없이 완벽한 쇄국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종합상사인 D사는 지난달 연0.25%라는 파격적인 저금리로 5천만달러(4백억원상당)를 해외에서 조달해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공사현장에 투입했다. 중소기업인 태일정밀과 신원도 얼마전 연0.5%로 모두 4천2백만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했다. 국내 금리와 비교하면 거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런 돈이 해외로 나가면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걸 못쓰게 하고 있다. D사는 원래 7천5백만달러를 신청했는데 정부 승인과정에서 5천만달러로 깎였다. 그나마 이 회사는 그 돈이라도 쓸 수 있어 다행이지만 다른 기업들은 허가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해외증권발행 인가권을 틀어쥐고 일일이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차관도입은 80년대 후반부터 금지되어 있다. 외국 돈을 쓸 수 있는 창구들을 거의 다 틀어막아 꼼꼼한 규제와 간섭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돈줄을 터주면 신용있는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담보 없이 얼마든지 돈을 빌려 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내대기업들이 쓰던 돈의 여유분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쪽으로 흘러들어가 그만큼 금융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또 자금수요가 줄어들어 금리도 내려갈 여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재계관계자들은 『값싼 외국 돈을 조금만 더 쓸 수 있어도 대만제는 물론이고 일제와도 한번 해볼만한데 그게 안되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자금쇄국」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쇄국정책의 이유로 과다한 외자도입에 따른 통화 외환관리상의 문제와 특혜시비를 든다. 그러나 이는 정책대응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지 일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외국인 주식자금은 올들어 11월말로 벌써 50억달러가 들어왔다. 통화관리라는 명분아래 산업자금을 차단해놓은 정부가 주식 투자할 돈은 마구 풀어주고 있다. 이거 하나만 봐도 통화나 물가 때문에 해외의 값싼 자금 쓰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대책만 제대로 시행하면 개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등 동남아국가들은 이미 60년대부터 자금개방을 해 값싼 선진자본, 특히 일본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맹추격해오고 있다.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토지 자본 노동등 생산요소의 「고비용구조」를 깨야 우리경제가 살 수 있다는 절박한 문제의식만 갖는다면 우리라고 태국 말레이시아가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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