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안기부법개정안이 7일의 국회본회의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된것은 「대화에 의한 생산적인 정치」를 실현시킨 좋은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로써 정치공작과 인권침해의 음산한 이미지를 심어온 안기부는 앞으로 대공사찰과 대외정보수집에만 전념하는, 명실상부한 국가보위기관으로 환골탈태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안기부의 개편은 지난87년 여소야대 정국시절 처음 시도됐다가 3당통합으로 무위로 돌아갔으나,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김영삼문민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새롭게 거론된것이다. 특히 그 자신이 오랜 공작정치의 피해자이기도 한 김영삼대통령이 첫 조각에서 국제정치학자 출신인 김덕안기부장을 임명한것은 과거 권위주의 통치기구의 핵심이던 안기부를 민주화된 새로운 안기부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던것이다.
이번 합의통과가 있기까지 여야는 안기부의 수사권과 그 범위를 에워싸고 날카롭게 맞서 좀처럼 타협이 불가능할것으로 보였으나, 결국 민주당이 형법상의 내란죄와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구성의 죄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대신에 민자당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선에서 극적으로 타결함으로써 안기부개편의 의미외에 「타협정치」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민주주의가 수의 논리에 의한 날치기나 「전부 아니면 전무」식 극한대결이 아닌 대화에 의한 타협의 정치라는것을 생각할때, UR협상으로 초래된 위기국면에 겹쳐 극도로 냉각된 정국속에서 여야총무와 박희태 박상천의원등 국회정치특위의 여야간사들이 끈질긴 대화노력으로 타협안을 마련한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통과된 안기부법 개정안을 보면 획기적인 변화와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인권침해를 막기위해서 안기부의 수사권을 간첩죄등으로 극히 제한한것, 그동안 관계기관대책회의로 불러왔던 「정보조정협의회」를 없앤것, 국회가 안기부에 대한 예산을 심의함으로써 안기부를 국회통제안에 들어가도록 한것등은 결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설치될 국회정보위원회가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안에서 안기부의 예산과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점이 핵심이다.
냉전이후의 세계는 바야흐로 국가이기주의에 따른 경제전쟁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미국의 CIA와 영국의 MI5등 세계를 주름잡아온 정보기관들이 국가안전을 위한 정보활동외에 과학기술과 산업관련등 해외정보에 주력하고 있음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안기부가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문민개혁시대에 새롭게 적응하고 창의적으로 기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안기부」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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