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규범수정 너무 늦어/미도 “협상 끝났다” 난색【제네바=이백만기자】 「관세화유예기간 10년, 최소시장개방폭 3∼5%」로 알려진 우리나라 쌀시장개방조건의 잠정안이 수정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김영삼대통령이 클린턴미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쌀문제의 어려움을 설명했고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도 11일께 제네바에서 캔터미무역대표부(USTR)대표와 다시 한번 회동할 예정이어서 잠정안 수정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UR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든 제네바의 현지분위기는 아주 비관적이다. 한국의 쌀협상은 사실상 종결되어버렸다는 것이 이곳에서 통상협상을 벌이고 있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허장관은 7일하오(이하 현지시각) 캔터대표와의 회담을 마친뒤 기자회견을 통해 『쌀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중』이라고 강조했다. 재협상의 여지가 아직 많다는 것이 허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허장관의 기자회견내용을 분석하면 쌀협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허장관은 스스로 아주 의식적으로 우리의 요구사항(협상카드)을 공개했다. 『최소시장접근을 최대한 연기하거나 막아야 한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협상대표인 허장관이 이처럼 협상카드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장관은 또 쌀문제에 관한한 캔터대표가 아니라 에스피미농무장관이 협상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캔터대표는 총괄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협상권한을 쥐고 있는 사람과 협상을 마쳐놓은 상태에서 총괄담당자와 재협상을 벌이는 것은 절차상 무척 어려움이 많다.
우리가 쌀협상에서 추가로 얻으려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은 「최소시장접근 연기(유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시장 개방폭(3∼5%)을 낮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나라가 합의한 GATT규범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따라 최소시장접근의 적용시점을 3년 연기하는 식으로 3년 수입동결의 효과를 얻자는 계획아래 최소시장접근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효과는 수입동결이지만 표현은 어디까지나 「연기」나 「유예」다. 일본이 관세화 원칙을 수용한뒤 관세화 유예기간을 6년으로 연장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최소시장접근 원칙을 수용한만큼 이의 적용시점을 약3년 늦춰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관세화유예도 실질적으로는 GATT규범의 예외인데 또 다시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냐』며 『예외를 두번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직접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최소시장접근에 협상이 집중됐다』고 말한뒤 최소시장접근 연기가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힘으로써 이같은 협상진행과정을 간접적으로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최소시장접근유예(수입동결)의 관철이 사실상 물건너간것으로 봐야한다. 그 이유는 이 문제가 GATT규범에 관한 사항이어서 GATT규범을 수정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기때문이다. GATT규범을 수정하려면 미국의 동의는 물론이고 EC 캐나다 일본등 여러강대국들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GATT규범수정사항인 관세화유예조치를 받게된것은 실제로는 우리의 협상력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개척해 놓은길을 뒤따라 갔기때문에 가능했다. 우리가 최소시장접근유예라는 새로운 길(GATT규범수정)을 개척하는데는 협상력에도 한계가 있고 시간적으로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금은 UR협상의 파장분위기다. 새 일을 벌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것이 협상단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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