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농촌과 농촌경제는 이제 「개방」의 대홍수를 맞게 됐다. 국가적인 비상대책과 국민적인 결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수몰될 위험이 있다. 쌀, 그것이 우리에게는 어떠한 존재였던가. 바로 이 민족의 삶이요 생명이 아니었던가. 경제개발의 성공으로 국민경제에서의 비중이 산업화이전보다 월등히 낮아진 오늘날에도 농촌과 농촌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사활적이다. 생산자측면에서 볼때 농가소득의 25%요, 농업소득의 50%라는 막중한 무게를 갖고 있다. 소비자측면에서도 절대적이다. 쌀의 주곡의 지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앞으로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존에 필요불가결한 이 쌀을 남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니 그 함축적인 의미를 통찰해봐야한다. 74년 세계적 식량위기때의 우리의 무력함과 무기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밀, 콩등 주요농산물이 매달 가격이 올랐다. 1년사이에 1백내지 1백50%나 가격이 올랐고 그나마 물량을 잡지 못해 얼마나 허둥대었던가. 식량의 무기화가 석유의 무기화에 못지 않게 가공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난 20여년동안 74년의 악몽은 되풀이 되지 않았으나 식량안보차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듯 쌀의 비중이 우리농촌과 농촌경제에는 너무나 높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의 쌀과 맞설 수 있는 경쟁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차제에 우루과이라운드(UR)체제에 대비해서 농촌과 농촌경제의 틀을 재편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농업에 대비하는 길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도 않은것이다. 미국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10년간의 쌀관세화유예기간안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책마련에 졸속을 범해서는 안되겠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살아남을 수 있는 농업대책을 세워야겠다. 이번에 세워지는 대책은 미봉책이 돼서는 안된다. 생산에서 판매까지를 망라한 종합적인 개선대책이 세워져야겠다.
무엇보다 이번대책은 재원배분에서 농업분야에의 우선적배려가 전제되므로 국민적인 컨센서스나 양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오류를 범하는 경우에는 우리농촌과 농촌경제는 끝장이 되기 쉬우므로 신중해야 하고 현실적이 돼야한다. 우리가 쌀에 대해 경쟁체제를 구축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제약요인이 있다. 하나는 재원이고 다른 하나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이다. UR협정의 취지는 농업에 있어서는 가능한한 각종보조금과 지원금을 줄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조장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제한된 재원을 갖고 농업투자를 해도 이차보상등 보조금성격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다행히 직접소득보상은 이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EC측 주장의 관철로 살아남게 되어 우리나 일본이 이 제도를 원용할 수 있게 됐다. 쌀경쟁체제구축을 위해서는 이미 교과서적인 답변이 나와있고 일부는 정부의 농어촌구조조정사업(10년간 42조소요)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생산성의 제고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족농체제를 기업농체제로 전환하고 영농방식도 대단위 기계농으로 바꿔가야한다. 유통에서는 농·축·수협을 통한 계통출하를 증대하고 또한 출하의 조절이나 신선도유지등을 위해 창고등의 증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판매에서는 민간시장기능의 활성화가 긴요하다.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재원등 여건조성이 안돼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괄목할만한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또한 농민에 대한 직접소득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뜨거운 감자다. 농민연금등이 보도되고 있으나 재정부담도 감안, 지속적으로 밀고갈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겠다. 이농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겠다. 우리농촌은 지금 개벽의 전야같다. 답답한 것은 손쉬운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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