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1백만 돌파… 신기원 열어/이덕화·오정해 해외영화제 남녀주연상 값진 성과/제작 급감·연쇄부도 불황 심각 올해 한국영화계는 지난 88년 미국직배영화 상륙이래 예고된 우리영화의 위기가 현실로 드러난 한해였다. 활발한 제작을 해온 중견영화사들이 무더기로 무기력하게 쓰러졌으며 국산영화의 제작은 지난해의 60%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또 지난 여름엔 직배영화 「쥬라기공원」때문에 우리영화 「백한번째 프러포즈」가 상영중이던 극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전체적인 관객수는 지난해에 비해 5%정도의 감소를 보여(약2천1백만명·서울기준) 지난 수년간 하향세를 보여온 관객동원률(10%내외)이 주춤한반면 5만명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5편(서편제, 그여자 그남자, 가슴달린 남자, 사랑하고싶은 여자 결혼하고싶은 여자, 백한번째 프로포즈등) 에 불과해 한국영화의 불황이 심각함을 나타냈다. 공연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말까지 심의를 통과한 한국영화는 모두 57편으로 지난해의 96편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같은 양적감소는 우리영화인들에게 짙은 패배의식과 함께 현재의 영화상품으로는 오늘의 난관을 타개할수 없다는 뼈아픈 현실인식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이에따라 기존의 충무로영화사들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제작을 중단하거나 수입을 대폭 줄이는등 몸을 사리는 대신 박광수 강우석등 젊은 감독들이 독립프로덕션을 설립, 주목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임권택감독의 소리영화 「서편제」가 1백만관객을 동원, 한국영화70년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직배영화로 상처받은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대통령의 청와대시사회가 불씨가 된 「서편제」흥행성공은 서편제신드롬이라는 이상열풍을 불러일으켜 때아닌 국악붐이 일기도 했으며 우리영화가 결코 절망적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그러나 서편제의 열기는 한국영화계전체에 옮겨 퍼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한국영화계의 수확은 「서편제」의 흥행성공외에도 해외영화제수상에서 찾을수 있다. 윤삼육감독의 사극 「살어리랏다」가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이덕화)을 수상한데 이어 「서편제」가 상해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오정해)을 석권, 한국영화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한편 문화체육부와 영화진흥공사는 실명제실시이후 충무로의 영화제작이 전반적인 중단사태를 빚자 작품당 1억원씩 총액 10억원의 제작지원금을 들고 영화계긴급수혈작전에 나섰으나 지원작선정과정에서 잡음만 빚은채 아직 이렇다할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이같은 전례없는 한국영화의 제작부진사태로 문체부는 올해 스크린쿼타(국산영화의무상영일수 1백46일)를 무려 40일이나 축소 적용한다고 발표,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문체부는 내년도 정기국회를 겨냥해 새로운 영상산업진흥법(가칭)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은 단순한 영화관련법이 아닌 영상산업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개념의 종합법으로 보여 영화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것으로 보인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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