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혼이었다. 쌀은 생명이었다. 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쌀과 기초농산물 수입개방저지 범국민대회는 이런 민족정서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농민들은 외쳤다. 『쌀개방이 웬말이냐. 원통해서 못살겠다』 『미국쌀로 키운 자식 애비에미 몰라본다』
백발이 성성한 늙은 농부도,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려고 나선 젊은 농군도 아이를 들쳐업은 그들의 아내도 하나가 되어 외쳤다. 그들의 노호는 하늘을 찔렀다. 미국의 쌀시장 개방압력에도, 이에 굴복한 정부에도 그들은 분노했다.
『기만정부 농업말살 우리농민 다 죽인다』 『미국은 쌀개방 강요를 철회하라』 『농민죽고 나라죽는 쌀개방이 국제화냐』
그들은 거부했다. 쌀부대로 옷을 해입고 온몸으로 거부했다.
『예외없는 관세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거짓이다』 『쌀과 기초농산물 개방은 현대판 을사보호조약이다!』 『간 빼고 쓸개 뺀 굴욕개방 웬말이냐』
그들은 절망했다. 배추를 갈아 엎고 논바닥에서 볏단을 태우며 농기계를 반납하던 그들은 푸른 대나무에 만장을 걸었다.
「아!! 쌀!!!」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영삼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던 공약을 이행하라』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민이 합심하면 개방을 막을 수 있다』
그들은 호소했다. 온 국민에게 호소했다. 『설사 UR가 타결되더라도 각국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 합니다. 94년4월 최종순간까지 쌀개방저지여부는 국민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하면 됩니다. 우리 함께 움직입시다』
이 비난과 분노, 호소의 메아리는 어디에서 울려오려는가.【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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