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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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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줄 주인이 없어 퇴락한 모습으로 무너져 가는 농가들. 80년대 들면서부터 벽지 농촌의 어느 마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슬픈 풍경이다. 돈이 될까해서 고추를 많이 심으면 영락없이 고추값이 떨어져 손해를 봤다. 몇해전의 무파동과 이번의 배추파동도 똑같은 현상이다. ◆지쳐버린 농촌의 젊은이들은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몰려갔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됐다. 학교를 다녀줄 어린이가 없어 농어촌의 국민학교와 분교들은 문을 닫아야했다. 지난 10년동안 폐교된 농어촌의 국민학교와 분교가 6백개도 넘는다. 올해부터 95년까지 3년동안 본교가 폐지될 국교가 1백8개, 분교폐지학교가 2백61개, 분교로 명맥만 유지할 학교가 5백63개나 된다. ◆농촌인구변화통계를 보면 더욱 참담하다. 65년의 농촌인구는 55.1%로 절대적이었다. 그후 산업화 일변도 정책은 도시만 살찌우고 농촌을 메마르게 했다. 80년의 농가인구는 28.4%, 85년에는 20%, 지금은 13.3%인 5백70만명이다. 산업화에 따른 필연적인 「도농인구비의 선진국화」추세라는 설명이 조금도 반갑지 않다.농촌의 가혹한 희생을 딛고 선 도시화의 추한 얼굴을 보기 때문이다. ◆산업선진국이라고해서 모두 농촌이 우리처럼 피폐하고 농민의 권익옹호가 무시당하는것은 아니다. 미국농민들의 정치적파워는 강하기만하다. 1세기전 미국인구의 80%는 농민이었다. 50년대이후 8%로 떨어졌지만 그때의 파워와 혜택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 우리에게 「쌀시장개방」과 기타 농축산물 수입문호를 활짝 열라고 하는 미국정부의 압력은 미국농민의 거센 목청때문이다. ◆우리 농민들은 언제나 정부로부터 무책과 외면의 푸대접을 면할것인가. 쌀시장이 개방되면 2001년의 농가인구는 47%이상이 줄어 3백만명선이 되고 이로 인해 실업률도 최고 6.8%까지 치솟을것이라는 예측이다. 쌀시장개방이 어찌 농민만의 문제로 끝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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