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한 달랜 독창적 장르” 재조명/경험있는 악사들 반주 옛맛 재연 한때 우리 무대예술계를 풍미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맥이 끊겨버린 낙극이 중견연극인들에 의해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극단 「가교」는 김상렬작·연출의 악극「번지없는 주막」을 17일부터 31일까지(하오4시 7시)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930년을 전후해 등장한 악극은 우리 뮤지컬드라마의 효시라고 할수 있는 장르. 신파연극과 함께 일본 연극형태의 모방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형식은 빌렸으되 내용이나 작품의 주제면에서는 우리민족 특유의 독창적인 면이 많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희곡과 노래로 민족의 설움과 한을 정화시키면서 20여년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악극은 50년대초 여성국극에 밀리며 세력을 잃기 시작해 영화가 대중화되는 60년대 이후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후 악극은 왜색연극이라는 기피장르로 취급돼 연극사적으로도 거의 논외의 대상에 머물러 있었다.
「번지없는 주막」을 준비하고 있는 극단 「가교」는 『분명히 존재했던 우리 연극사의 한장르를 재조명하고 악극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라고 작업의 성격을 말하고 있다.
「번지없는 주막」은 전국을 순회하며 「번지없는 주막」을 공연하고 있는 악극단의 희로애락을 그린 극중극형태의 작품이다. 일가족의 비극적인 몰락을 그린 작품을 공연하며 전국을 누비는 악극단은 신극에 의해 세력을 잃고 단원의 병사등 여러가지 시련을 맞지만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공연의 길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태성이 음악을 담당하고 남경주가 안무를 맡은 이 작품에는 국내 연극계에서 내로라하는 재주꾼들이 대거 출연한다. 코믹연기의 대명사격인 최주봉 박인환, 노래와 춤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김성녀 윤문식을 비롯해 김진태 양재성 박승태등 30여명의 배우가 참가한다.
한때 실제로 악극단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60∼70대의 뮤지션들이 반주를 맡아 이채를 띠고 있다. 고향경음악단 엄토미악단 김성희악단등에서 활약하던 황희수(아코디언) 박정서(기타) 엄토미(클라리넷)등 올드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악사들이 8인조 브라스밴드 「청송악단」을 결성해 극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음악을 옛맛 그대로 재연한다.
공연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30∼40년대 악극단이 마을을 돌며 공연을 선전하던것과 같이 특수제작한 트럭을 이용, 악사들과 배우들은 물론 광대분장의 샌드위치맨이 동숭동일대를 돌며 호객행사를 가질 예정이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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