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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대 「장외」뿐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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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대 「장외」뿐인가(사설)

입력
1993.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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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전체가 온통 쌀수입개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밖에서는 막바지 외교협상을 벌이면서 안에서는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하느라 부산하다. 야당과 농민·재야단체들은 옥외 군중집회로 쌀개방 반대를 소리높이 외치고 있다. 정부와 야당과 농촌 유권자들 사이에 끼여 있는 여당은 어디론가 실종이라도 되어버렸는지 잠잠하다. 예산안 날치기 파동의 여파때문에 입이 있어도 말을 하기 어려운 형편이기도 하다. 국회 역시도 붕떠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쌀파동에 얽힌 갖가지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반성하는것은 우리의 대응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또 태세도 너무 허술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중대한 국가이익을 지키는데 있어서 정부와 국회, 여야정당간에 전혀 손발이 맞지 않았고 언론보도와 농민·재야·사회·종교단체들간에도 교감이 제대로 되지 않아 타이밍을 뺏기거나 놓치는 결과를 가져온것이다.

 이처럼 각계가 비조직적이고 제멋대로 움직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전략부재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없게 되었다.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커다란 국가이익을 거국적으로 사수하는데 너무나 미숙했음을 너나할것 없이 솔직히 인정해야할것 같다.

 국제정치의 현실로 보아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국민에게 호언했던 정부당국의 책임이 우선 크다. 만일 정부가 오판했다면 오판한 책임을 져야할것이고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끝까지 국민을 속인 책임을 면치못할것이다. 

 정부의 일관된 통합조정기능 불재에 대한 책임도 크다. 청와대 총리실 경제기획원 외무부 상공부 농림수산부등 관련부처들은 모두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서로 책임회피에 바빴다. 부처끼리의 통합 조정기능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그렇게 허술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을것이다. 막바지에 외교 협상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그것도 행차 뒤의 나팔이었다.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투쟁운동도 늦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울역에서 7일에야 대규모 집회를 한다지만 이미 장벽은 무너진뒤이다. 

 정부당국의 대처가 그 모양이었으니 야당보고 잘못했다고 나무라는것도 한계가 있다. 다만 공격의 방향과 강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경우 그들 자신의 정치적 이속을 차리기 위한것인지, 아니면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게 될것이다.

 쌀문제 대응에 있어서 여당인 민자당은 무슨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쌀정국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여당이 애매모호하게 엉거주춤하다가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야당은 농민·재야단체들과 함께 장외로 나가버리고 여당은 멍하게 앉아 있으니 국회가 제기능을 할리가 없다.

 때마침 시대착오적인 날치기파동까지 겹쳐버렸으니 국회는 지금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늦어도 한참 늦어진 셈이지만 하루속히 제 정신을 가다듬어 앞서 지적한 쌀파동에 얽힌 문제와 대책을 본격 논의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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