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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동인물총기」 국역 출간/여말충신 범세동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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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동인물총기」 국역 출간/여말충신 범세동 저술

입력
1993.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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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조선개국 공신 인물평 등 담겨/정주영 박사 번역 “6백년만에 햇빛” 고려말의 성리학자 범세동이 지은「화동인물총기」가 6백여년만에 처음으로 번역돼 세상에 나왔다.전남대출판부가 같은 제목으로 발간한 이 책은 그동안 금성 범씨 가문이 소중히 간직해 왔던것을 전 성균관 부관장인 정주영박사가 국역하고 연의했다. 

 이제서야 우리에게 알려져 우리 글로 옮겨지게 된것은 고려왕조를 뒤엎고 조선이 일어난 역성혁명의 와중에서 불사이군의 한 충신에 의해 비장하게 기록된 인물열전이기 때문이다. 고려의 마지막 충신들을 칭송하고 고려의 신하로서 조선개국에 참여한 변절자들을 비판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당연히「불온문서」혹은「금서」로 수백년간을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지녀야 했다.

 그러나 「화동인물총기」가 이태조와 개국공신들에 대한 고려인의 원망만 담은것은 아니다. 범세동이 「고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지었다」고 적었듯이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왜곡되는것을 예방하고 후세에 진실을 전하겠다는 투철한 역사의식이 절절이 배어 있는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조선시대에 쓰인「고려사」나 「고려사 절요」와 다른것은 당연하다. 한가지 예로 이 책에는 고려 오왕이 왕족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우왕이 신돈의 아들이기 때문에 죽였다」고 한  고려사의 기술이 재검토 돼야 함을 암시한다. 

 이 책은 충절을 지킨 신현, 정몽주, 길재, 이색, 원천석 등 고려말 대학자와  김유신, 최치원, 김양, 설총등 신라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사상과 생애 그리고 생생한 일화를 통해 당시의 사회모습을 새롭게 그려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  미화되고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게 한다.  또 조선건국 과정에 얽힌 당시 상황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건국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인물평과 비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개국 공신을「전한과 후한을 찬탈한 왕망이나 조조같은 무리이고 남송을 팔아먹은 진회와 같은 무리」로 묘사한다.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은 고구려 실지회복이라는 우리민족의 꿈을 꺾은 역사의 후퇴임을 지적하고 있다.           

 생몰연대가 미상인 범세동은 고려말의 충신 정몽주의 제자로 공민왕 18년(1369년)에 덕녕부윤, 간의대부등의 벼슬을 지내다 나라가 망하자 새 왕조의 유혹을 뿌리치고  만수산에 은둔했다. 두문동 72현의 한사람으로 추앙받는 그는 태조와 태종의 협박과 회유를 물리치고 평생 지조를 지켰다. 그가 원천석과 함께 쓴 「화해사전」은 고려가 쓰러지기까지의 진상을 밝힌 「진사」의 성격을 띤 역사서로 「화동인물총기」와 더불어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는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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