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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쌀 고민」/이계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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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쌀 고민」/이계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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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보기에 쌀문제는 민주당에 쉬운 사안인것처럼 보인다. 쌀시장을 막아내지 못한 정부여당을 향해 비난과 성토를 퍼붓는데서 야당의 할일을 찾는것으로 본다면 특히 그렇다. 쌀문제를 다루어온 정부의 자세를 되돌아보면 이 점은 분명히 맞다. 더구나 상심한 농민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일이 야당에 주어진 또하나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정부의 잘못을 냉엄하게 비판, 지적하는 일은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일것이다. 그러나 야당이라고 해서 마냥 소리만 지르는 것으로 자족할수 없다는 사실 또한 민주당사람들은 명심해야한다. 쌀시장개방이 생각보다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데서 오는 충격이 큰데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야당의 자세에도 대안이 담겨야하기 때문이다.

 6일 민주당의 의원총회는 분노와 항의, 강경 투쟁의 목소리로 넘쳤다. 이기택대표는 김영삼대통령과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숨기고 국민을 기만해온데대해 분노를 금할 수없다며 대통령에게 경위설명과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쌀개방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가 하면 6백만 농민이 다 죽는데 의원직사퇴는 물론 할복을 해서라도 쌀개방을 막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장을 나서는 한 고위당직자는 민주당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고 털어놓았다. 대정부성토의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은 이같은 저변의 분위기를 특히 지도부는 더 깊이 느끼고 있는것같다. 비판도 해야하고 농민들의 정서도 대변해야 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쌀개방을 기정사실화할수밖에 없게된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이 내건 무효화투쟁과 배치된다.

 아직까지 민주당의 공식입장은 UR협상타결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고 반대투쟁에 최선을 다해야하며 그래야만 쌀개방조건 협상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있다는것이다. 그러나 당장 7일 서울역집회의 수위조절부터가 민주당에 큰 부담거리로 등장하고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야당에도 쌀은 결코 쉽지않은 문제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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