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문게재 17건 불과 판결공시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이 제도는 형사사건에서 무죄 또는 면소를 선고할 때 판결내용을 일간신문에 게재, 피고인들의 명예회복과 인권보장을 꾀하자는 것으로 대법원이 83년2월 공시절차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전국법원에 활용토록 했으나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구속기소된 뒤 무죄선고된 사건은 모두 1백97건, 불구속기소돼 무죄선고된 경우는 이보다 2배이상 많은 4백94건이나 되지만 재판결과가 공시된 사건은 대구지법관할 3건, 광주지법관할 4건등 17건에 불과하다.
서울만 해도 봉천동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구모씨, 검찰의 강압에 못이겨 허위자백해 구속됐다가 무죄확정된 김모씨등 19건이나 되지만 재판결과를 공시한 것은 단 한건도 없다.
이처럼 판결공시제도가 사문화되다시피 한 이유는 예산이 턱없이 적고 일부법관들이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법원이 이 제도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5백만원에 불과한데 지침대로 2단×4㎝의 크기로 판결내용을 중앙일간지에 게재할 때 드는 비용은 건당 50만∼2백만원이어서 많아야 10건정도 게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일부 법관들은 무죄나 면소를 선고할 때 이 제도의 취지를 피고인에게 알려주도록 형법 제58조에 명시돼 있는데도 대부분 생략, 피고인들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 일간신문에 판결내용이 공시되더라도 좁은 지면에 사건번호, 사건명, 피고인성명과 간략한 공소사실만 빼곡히 게재해 실추된 피고인의 명예를 얼마나 회복시킬 것인가 하는 의문이 지배적이다.
법원관계자들은 『인권보장을 위한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게 하려면 충분한 예산확보가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서울형사지법 김황식부장판사는 『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재판결과를 게재한다고 피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며 『무조건적인 판결공시보다는 심사위원회등을 설치, 명예회복이 필요한 경우 선별해 판결내용을 자세히 게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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