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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익명취재원 너무많다/최양수 연세대 신방과교수(나의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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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익명취재원 너무많다/최양수 연세대 신방과교수(나의지면평)

입력
199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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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한 설명 첨부·정확한 출처 밝히길/쌀개방 대비책·향후 영향분석 등 돋보여 독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신문기사가 바뀌어야 한다. 독자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기사의 내용과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아무런 설명없이 남발하는 기사, 기관과 익명의 정보원의 말만을 나눔으로써 구체적으로 누구의 이야기이고 누구의 견해인지가 모호한 기사, 힘있는 사람들끼리의 대결과 반복중심의 보도와 중요한 사안을 강건너 불보듯이 서술하는 기사등은 독자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신문기사의 대표적인 유형들이다.

 요즈음 온 나라를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쟁점인 쌀개방에 관한 기사를 보면 독자의 삶에 밀접하게 와닿지 못하는 기사의 전형을 보는듯 하다. 우선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하여「가트」「14개 기초농산물」, 그리고「둔켈초안」에 이르러서는 과연 우리국민의 몇퍼센트가 이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이러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이전 기사에서 다루었겠지만 독자들을 위해서 매번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친절함이 아쉽다. 예를 들어 「여러나라 대표들이 모여서 무역에 관한 규칙을 협상하는」이나 「우리가 다른 나라에 어떤 물건을 내다 팔고 또 그들로부터 어떤 물건을 사오는가에 영향을 주는」등의 수식어를 첨가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독자의 삶에 밀착된 기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당사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겠지만 쌀개방에 관한 기사에서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하는 예가 지나치게 많다.「정부당국자」 「관계자」 「경제기획원 실무자」와 같은 익명의 인용원이 사용되었을때 아무래도 기사내용에 대해 독자가 가지는 신뢰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의미에서도 신문기자는 필요하다면 그들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책임질 수 있는 성실한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

 쌀개방에 관한 기사의 시각을 보면 이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한 예로 쌀개방문제와 관련하여 정부 부처간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긴 분석기사가 있었으나 도시 근로자와 농민간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대립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장문의 분석기사를 본 적이 없다. 쌀개방이 중요한 현안이 되는것은 이로 인해 우리의 삶의 양식과 질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간과한듯 싶다.

 「장외투쟁 불사, 초강수」와「쌀개방 총력저지」와 같은 제목의 야당의 입장에 대한 기사에서도 입장과 이해의 대립만을 강조했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전제와 분석을 바탕으로 여야가 상이한 입장에 도달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 한마디로 싸움은 과장해서 보도하고 싸움의 내용과 배경은 축소시켜서 마치 흥미위주의 스포츠기사를 읽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난달 30일자의 「쌀―모든 변수점검, 대비책 세울때」는 독자의 삶에 가까이 다가간 눈에 뛰는 좋은 기사였다. 특히 가능한 여러 상황에 따라 예측한 1999년도의 쌀가격, 쌀자급률, 농가소득 감소액을 도표로 제시한것은 문제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좋은 착안이었다.

 이제는 이해하기 쉬운 기사, 독자의 삶이 중심이 되는 시각으로의 대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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