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예의회복 「관광장애」옛말 한 도시의 첫 인상은 종종 택시 기사들에 의해 좌우된다. 택시가 누추하고 너저분하거나 기사들이 무례하고 파렴치할 경우 그 도시의 전체 시민에 대해 같은 선입관을 갖게 되기가 십상인 것이다.
그런면에서 서울은 운이 좋다. 이제는 만나는 택시기사들마다 비교적 예의바르고 정직한 모습으로 탈바꿈됐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 접하게 되는 서울사람들과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늘 몹시 바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다정하고 호의적이다.
2년전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겪었던 택시기사들의 행동과 비교해 보면 실로 엄청난 변모라고 할 수 있다. 그때 나는 김포공항에서 프라자호텔까지 두차례 택시를 탔다가 악몽과 같은 일을 겪었다. 두번 다 일반택시요금의 두배가량인 2만원을 내야했다.
가족을 마중 나갔던 나는 두 대의 택시에 분승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사는 이같은 의사를 무시하고 6개의 트렁크, 4개의 손가방, 두 명의 어린 아이와 우리 부부를 모두 한 차에 우겨넣은뒤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도록 불편한 상태에서 호텔에 도착한 뒤 기사는 과적이 됐다며 두배의 요금을 챙겨갔다.
내가 지금 일반택시 기사들을 칭찬하고 싶은 것은 열악한 여건속에서 친절과 예절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택시들의 행태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 들어서야 실감하게 됐다. 지난주 잡아탄 택시는「한남동」,「이태원」등을 애타게 외치는 수많은 손님들을 무시한채 지나가고 있었다.
『합승을 해도 괜찮아요』라고 내가 말을 건네자 기사는 『외국인들은 모두 합승을 싫어하는줄 알았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고향인 미국 워싱턴시에서도 택시는 늘 합승을 합니다. 그렇치 않고는 수입이 안되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크게 웃더니 곧바로 차를 세워 한 승객을 태웠다. 그때서야 나는 최근 수개월간 일반택시를 타고도 합승을 해본적이 없고 운전기사들이 나를 기피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택시의 영업관행이 이처럼 갑자기 변하게 된 것은 물론 정부관료들의 새정책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난폭하고 불친절한 택시를 처벌키로한 조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대전엑스포와 94년 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모범택시를 도입한 것도 시의적절한 조치였던 것같다.
한국당국이 외국관광객 감소의 책임을 택시기사들에게로 모두 전가하려고 하는 최근 움직임에대해서는 화가 날 지경이다. 관광객들이 요즘 한국을 피하고 일본, 중국, 동남아등과 다른 태평양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택시는 문제가 되지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관광정책이 고리타분하고 도식적인데 있다. 한국은 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발디딜틈 없이 혼잡한 엑스포전시관, 공해로 오염된 서울등은 매력을 끌만한 장소가 아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싶으면 서울을 쉽게 벗어나 시골의 해안과 산, 사찰등을 찾도록 해야할 것이다. 관광객을 최소한 경주로 가는 기차에 빨리 태워 내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을 비난하지는 말자. 솔직히 나는 지금 내가 차를 몰 때보다 택시 뒷좌석에 앉았을 때가 훨씬 편안하다. 택시기사에게 박수를 치자. 이제 그들은 서울을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몫을 다하고 있다.<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서울특파원>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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